영화 미션 임파서블2 첫 장면. 톰 크루즈가 깎아지른 암벽을 기어오른다. 인공 장비에 의지하지 않고 바위틈을 맨손으로 잡고 오르는 프리 클라이밍의 진수다. 자연에서 극한의 모험을 만끽하는 것이 암벽등반의 매력이지만 요즘은 도시에서도 인공 암벽으로 쉽게 즐길 수 있다. 잡념을 떨쳐 집중력을 기르고, 전신 근육을 고루 사용해 탄탄한 몸매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엘캐피탠(해발 2308m)에는 전문가들도 난공불락으로 꼽은 수직 절벽이 버티고 있다. 여명의 벽이라 불리는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의 높이는 914m.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보다 86m나 높다.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이 암벽을 사상 처음 맨손으로 오른 사람들이 화제다. 미국의 토미 콜드웰(36)과 케빈 조기슨(30),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린 텐트에서 먹고 자면서 19일 만에 등정에 성공했다.
콜드웰은 2001년 사고로 왼손 검지를 잃었다. 암벽 타기를 위해서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2000년에는 키르기스스탄에 등반 갔다가 알카에다의 인질이 되는 트라우마도 겪었다. 온갖 시련에도 여명의 벽을 맨몸으로 등정하겠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공감한 조기슨이 합류하면서 2010년 첫 도전에 나섰지만 악천후로 중도에 포기했다. 이듬해 조기슨 혼자 다시 도전장을 냈으나 발목 부상만 입고 물러났다. 삼세번 끝에 이달 14일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꿈을 이뤘다. 1970년 엘캐피탠 등정에 처음 성공한 산악인 톰 에번스는 21세기 초반 가장 중요한 등산 업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등정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 때 조기슨은 7일간 11번이나 실패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정상에 선 그는 말했다. 우리 도전이 자신만의 여명의 벽을 만난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더딜지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스스로 숨겨놓은 비밀의 벽을 정복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도저히 넘기 힘든 인생의 벽을 마주하는 순간, 기억해둘 말이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