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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보다 높은 전셋값

Posted February. 24,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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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다. 처음에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다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됐다. 임차인은 나중에 전세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저축이나 투자에 쓸 수 있어 주택 임대차 거래의 대표적 행태로 자리 잡았다. 월세를 당연시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세 시스템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전셋값의 고공 행진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90%를 넘는 주택이 늘었다. 수도권과 울산 등 일부 지방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사례도 눈에 띈다. 전세금이 매매가의 7080%를 넘으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급락할 때 보증금을 일부 떼이는 깡통 전세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전셋값 비율이 90%를 넘거나, 특히 매매가를 초과하는 현상에 대해 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전세 보증금을 굴릴 곳이 마땅찮아진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한다. 반면 여전히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가 적지 않아 수급 면에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 둔화로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매매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하면서 전세금 상승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금이 급등한다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포퓰리즘 대책을 내놓는 것은 더 위험하다.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기간 연장 같은 시장개입 처방은 전셋값을 더 끌어올리거나 전세난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빚었다. 전세 대책은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지원하고 매매를 촉진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너무 오른 전셋값에 불안을 느끼고 차라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 새로운 균형점이 생길 수도 있다. 임차인들이 설마 보증금을 떼이진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집값 시세의 90%를 넘는 전세금에 계약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전셋값의 일부라도 월세로 돌려 안전판을 확보해 놓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