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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이희호 방북을 교류재개의 물꼬 만들라

남북은 이희호 방북을 교류재개의 물꼬 만들라

Posted July. 10, 20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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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그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를 내세워 한국 정부와 언론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며 모독 중상 도발을 계속하면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허사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 여사의 8월 58일 평양 방문에 합의한지 이틀 만에 이런 반응을 보여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올 5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 방문을 하루 전날 무산시킨 북한이 실제로 이 여사의 평양 방문 합의를 깰 가능성도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북측 메시지가 부정적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방북은 북한이 먼저 제안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해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 때 조화를 보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이 여사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 이 여사측은 올 5월 방북을 희망했으나 북측의 미루기로 일정 확정이 늦어졌다. 이번에도 이 여사 측은 육로 방문을 원했지만 북측은 항공편을 이용한 서해직항로를 제안해 관철했다. 손님으로 초청하겠다면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북한이 주장한 최고 존엄 모독은 김정은이 최근 준공된 순안공항 신청사를 둘러본 것과 관련한 국내 보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한국 언론은 북한이 순안공항 신청사를 선전하기 위해 이 여사의 서해직항로 방북을 요구했다고 분석했다. 이게 왜 최고존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여사가 남북 경색국면에서 양쪽 지도자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여사의 방북이 잘 풀리면 남북 당국간 대화도 가능해진다. 통일부가 아태평화위의 담화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은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광복 70년인 올해를 남북이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한 채 허송하면 남북화해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결말은 남에게도 북에게도 불행이다.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공연한 트집을 잡지말고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정부도 이 여사의 방북이 실현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포함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