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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인생의 은퇴 부부

Posted January. 13, 20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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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와시모족은 정년퇴직 후 부인이 외출할 때마다 눈치 없이 나도 갈래 하고 따라나서는 남편을 일컫는 말이다. 은퇴자 남편을 아내가 앓는 병의 근원으로 지목해 부원병()이란 신조어도 있다. 우리나라 주부들은 은퇴 후 집에서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는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른다. 2006년부터 은퇴자 부부 91쌍을 추적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은퇴 1년 뒤 건강이 나빠진 비율은 은퇴자 28.6%, 아내 40.7%였다. 아내의 건강을 해친 주된 원인으로 삼식이 스트레스가 꼽혔다.

은퇴한 남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내의 스트레스 지수가 비례한다는 얘기가 있다. 배우자를 유일한 사회활동의 창구로 받아들이는 와시모족 남편을 둔 아내라면 한숨은 더 깊어진다. 노후에 함께할 시간이 많아진 것에 대한 준비가 없었고,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쌓아놓은 마음이 없는 것이. 어느 은퇴자 아내의 고백은 경제적 준비와 함께 부부의 심리적 준비가 노후설계에 필수적임을 일깨운다.

은퇴 후 부부는 수면시간 빼고 하루 4시간 10분을 같이 보내고, 주로 하는 일은 TV 시청으로 나타났다. 그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만 6074세 은퇴자 600명 대상 대면 설문조사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한데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과 관련해 줄이고 싶다(34.9%)는 응답이 늘리고 싶다(5.9%)보다 6배 가까이 많은 점이 흥미롭다. 하기야 남편이 집안일도 돕지 않으면서 시시콜콜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짜증이 치솟을 법도 하다.

백세인생이란 표현대로 은퇴 후 부부가 30년 넘게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쳤다. 은퇴 시점에 맞춰 부부간에도 새로운 룰이 요구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세라 요게브의 책 행복한 은퇴에 실린 부부생활 10계명 중 상대의 물리적 정신적 공간을 허락하라는 항목이 눈길을 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서로 사생활을 존중하고 자유를 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 삶을 천국 혹은 지옥으로 만드는 것, 부부의 선택에 달렸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