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스키에서 기업 경영철학을 찾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통 큰 후원’을 결정했다. 16일 강원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와 600억 원 규모의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 후원사가 된 것이다.
유통업이 주력인 롯데그룹이 겨울올림픽 후원에 나선 것은 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대한스키협회장인 신 회장은 여섯 살 때부터 스키를 배워 일본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를 다닐 때 스키 선수로 활약했다.
신 회장의 스키 실력은 지금도 수준급이다. 그는 지난달 7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의 상급 슬로프를 세라 루이스 국제스키연맹(FIS) 사무총장과 함께 활강했다.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에 참가했던 루이스 사무총장은 신 회장을 “뛰어난 스키어”라고 평했다.
신 회장은 2014년 대한스키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 설상 종목의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당면 목표로 삼았다. 올해 2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2016 겨울청소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크로스 프리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마그너스 선수(18)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 회장은 자신의 스키 지식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구체적으로 당부하기도 한다. 그는 1월 정선 알파인경기장의 스키점프장을 찾아 “일본의 가사이 노리아키 선수는 마흔네 살이지만 지금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한국의 30대 중반 선수들도 체력과 기술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좋은 성적을 내는 데는 선수의 기술뿐 아니라 장비 수준이 큰 영향을 끼친다”며 스키 장비에 칠해 미끄럼을 돕는 ‘왁스’를 바르는 전문 코치를 고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그룹사 업무 못지않게 대한스키협회 활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매달 스키협회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직접 협회 일을 챙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