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밀레의 유채화 ‘이삭줍기’(1857년)와 빈센트 반 고흐의 유채화 ‘정오의 휴식’(1890년)을 위시해 올해 개관 30년을 맞은 파리 오르세미술관의 대표적인 걸작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작품 130여 점은 주로 19세기 유럽에서 활동한 이들의 작품으로 골랐다. 카미유 피사로, 폴 고갱, 폴 세잔, 에드가르 드가, 외젠 들라크루아 등 작가 목록이 화려하다.
밀레는 고흐가 ‘정오의 휴식’을 완성하기 24년 전인 1866년 종이에 파스텔과 콩테 크레용으로 같은 제목의 회화를 그렸다. 농사일에 나선 남녀가 짚더미에 기대 낮잠에 빠진 모습을 묘사한 전체 구도, 인물의 자세, 소재 배치가 거의 동일하지만 좌우 방향이 서로 반대다. 고흐는 1889년 정신요양원에 들어간 뒤 모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밀레의 작품을 어떤 경로로 접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고흐가 사망하기 6개월 전에 완성한 말년의 대표작 ‘정오의 휴식’은 오르세미술관이 1986년 개관한 뒤 작품 보존과 관리를 위해 유럽 외 지역으로 반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한국 전시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밀레의 ‘양치는 소녀와 양떼’(1857년), 고갱의 ‘브르타뉴의 여인들’(1894년),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년), 에밀 베르나르의 ‘목동의 휴식’(1908년) 등도 전시된다. 영상 미디어나 미술 서적을 통해 익숙하게 접했던 그림의 실물을 확인하며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등 당대에 유행한 예술 사조의 흐름을 살필 수 있다. 02-325-1077, 8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