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이 대북제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의 달러 시스템 접근을 막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행정명령(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될 수 있도록 이미 준비해놨다"고 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해 더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안이 원유 전면 차단에 실패하면서 미국이 독자 금융제재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같은 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서도 중국 금융기관 1위인 공상은행을 비롯해 대형은행 12개를 정조준해야 한다며 2005년 북한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됐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식 제재가 논의됐다. 북한은 당시 BDA 제재로 2500만 달러 상당 통치자금이 묶여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했을 정도로 고통을 받아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미국은 이미 중국 100여개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북 불법거래 조사를 마무리 중이라고 한다. 실제 제재가 이뤄지면 미중 무역 금융 전쟁이 벌어져 BDA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회와 행정부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대북제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정은의 돈줄을 묶는 금융제재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 조달 창구를 막는다는 점에서 북한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이란 돈세탁에 연루된 유럽 은행들에 부과된 120억 달러에 상응하는 상당한 벌금을 중국 4개 대형은행에 물렸었던 이란 식 모델도 검토해야 한다.
새 안보리 제재가 북을 옥죄는데 역부족이다보니 북은 추가도발을 통해 핵기술 완성에 더 다가갈 것이다. 13일에도 “제재는 썩은 그물보다 못하다”며 “믿을 것은 핵무력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움직임이 우리 군 당국에 의해 포착됐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2, 3기를 갖춘 신형잠수함 완성도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어제 통일부는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 관련 인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인도적 지원이라도 정치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안보리 결의안이 나온 지 만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다음 주 열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및 일본과 대북 압박 보조를 맞춰야 한다. 뉴욕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단단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북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