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연방을 구성하는 섬 600여 개 중에 ‘트럭섬’이 있다. 정식 명칭은 추크(Chuuk)제도다. 서울에서 약 4200km 떨어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머나먼 트럭섬까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인의 존재가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트럭섬에 끌려간 한국인 위안부 26명의 명부를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시 한국인 위안부가 탔던 일본 선박 ‘이키노호’의 승선명부와 미군이 쓴 전투일지, 사진자료, 뉴욕타임스 기사 등을 분석한 결과다. 승선명부에 적힌 조선인은 249명. 이 중 여성 26명이 위안부로 추정됐다.
이들의 이름은 창씨개명한 일본식 이름이었고 직업은 노동자로 적혀 있다. 특히 대구 출신인 ‘히토가와 후쿠준’이란 인물은 2011년 숨진 위안부 피해자 이복순 할머니로 확인됐다. 이 할머니는 한국 정부가 파악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유일하게 트럭섬에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트럭섬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함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추크의 일본식 발음인 ‘트루크’ ‘토라크’가 한국에서 ‘트럭’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등록 전 세상을 떠난 하복향 할머니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도 공개됐다. 연구팀은 연합군이 만든 위안부 피해자 33명의 포로 심문카드에서 하 할머니로 추정된 ‘가푸코’의 인적사항과 열 손가락 지문을 대조했고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영국 국립문서보관소 자료 168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1, 2권을 펴내고 종합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