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 동안 예정돼 있는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것은 오로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매년 3월 초 시작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일정이 패럴림픽 기간(3월 9∼18일)과 일부 겹치는 만큼 그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세계적 축제이자 국가적 대사인 올림픽의 안전을 위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 지난달 유엔총회에선 올림픽 기간에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휴전 결의가 채택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안전을 위해 우리 군의 연례훈련인 호국훈련을 20일가량 연기한 전례도 있다.
미국도 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적절한 시점에 동맹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간 협의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서둘러 공개할 내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알지 못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미국은 북-미 대화냐, 강제적 비핵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우리가 군사훈련 연기를 꺼낸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에 김을 빼는 격이다.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으로 해석될 우려도 다분하다.
문제는 북한이다. 연합훈련 연기에 북한이 올림픽 참가와 핵·미사일 발사 잠정 중단으로 호응하고 대화에 적극성을 보인다면 좋겠지만 북한은 정작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데 이용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훈련 연기는 일정 조정일 뿐 중단이나 축소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미는 그동안 위기관리 차원에서 일부 훈련 축소도 했지만 북한은 번번이 기대를 배신했다.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때도 일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를 자제했지만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답했을 뿐이다. 불법적 도발행위에 합법적 군사훈련을 바꿀 수는 없다.
북한은 오히려 평창 올림픽을 도발의 호기로 여길 가능성도 있다. 대남 국지도발이나 사이버테러로 평창올림픽 분위기를 깨고 위기를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북핵 해결의 데드라인을 향후 3개월로 잡고 있는 미국으로선 어떻게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유동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한미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하다. 정부가 진정 평창올림픽을 평화정착 계기로 만들려고 한다면 미국과 ‘3개월 액션플랜’부터 서둘러 조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