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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배신

Posted December. 25, 2017 07:36   

Updated December. 25, 20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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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특파원 시절 휴대전화 통화 중 뚝 끊기는 일이 잦았다. 워싱턴 백악관 근처에 있는 내셔널프레스센터 사무실에선 아예 불통이 되기도 했다. 휴대전화 대리점에 물어보니 이유를 알 수 없고, 기기를 수리하려면 본사로 보내야 해 보름은 걸린다고 했다. 이동통신회사를 AT&T에서 버라이즌으로 바꾸고 휴대전화도 새 것으로 교체한 뒤에야 통화가 정상이 됐다. 통신사 문제가 아니라 2년이 지난 휴대전화 단말기가 화근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한 아이폰6S 사용자가 9일 올린 글이 아이폰 고객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아이폰이 느려졌다고? 배터리를 바꿔봐’라는 제목의 이 글은 기능이 떨어진 아이폰의 배터리를 새 것으로 교체하자 다시 제 속도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진위 여부를 놓고 왁자지껄했다. IT(정보기술) 기기 성능측정 전문사이트인 ‘긱벤치’의 창업자 존 폴은 레딧에 아이폰6와 아이폰7 모델에서 성능 저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미언론들은 이를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애플은 20일 “오래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 추운 곳이나 배터리 충전량이 낮을 때, 수명이 다 됐을 땐 전자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갑자기 기기가 꺼지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년 iOS 업데이트를 통해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아이폰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의미다. 애플의 뒤늦은 해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됐다. 고객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굳이 1000달러(약 108만원)가 넘는 아이폰을 새로 샀을까.

 ▷“우리의 목표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것”이라는 애플의 해명은 군색해 보인다. 고객의 충성심을 담보로 한 기만행위라는 배신감에 집단소송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함과 아름다움, 혁신이라는 럭셔리 브랜드로 고객들을 매혹시킨 애플이 신뢰를 저버린 대가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다면 애플이 달랐을지 궁금하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