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혹의 기술자’다. 칭찬과 모욕을 교묘히 혼합한다. 북한 김정은을 향해 비판과 배척의 트위터를 올리다 다른 한편으로는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이러다 보면 상대방은 ‘어느 쪽이 진짜지?’라고 의문을 품는다. 정답은 없다. 트럼프는 상대가 대응책을 모색하는 동안 새로운 이슈나 주장으로 주의를 돌린다.
트럼프 같은 인물을, 자신이 매우 뛰어나다고 믿거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의 ‘나르시시즘(자기애)’에 빠져 있다고 한다. ‘따귀 맞은 영혼’ ‘나는 괜찮지 않다’ 등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는 문제적 리더의 심리를 분석했다.
자기도취에 빠진 이들에게 최고의 방패는 책임 전가와 경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당면한 갈등을 논의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상대에게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책임 질 대상을 배척하고 비난하고 분노를 쏟아낸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정치권이나 기업 곳곳에서 채찍을 들고 있다. 자기 할 말만 쏟아낸 뒤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부하를 사지(死地)로 몰아넣는다.
저자는 연임을 계속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러로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이슬람국가(IS)를 나르시시스트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들은 가짜뉴스와 요란한 선동 구호,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현혹시킨다. 그리고 독재, 조작, 협박, 폭력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물론 미셸 오바마처럼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지성을 갖춘 인물은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발산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민주주의 인권을 파괴하는 요물”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과연 대한민국 속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떤 얼굴로 살고 있을까.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