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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손짓에 신중한 백악관 “어떤 대화 결과도 비핵화가 돼야”

北 손짓에 신중한 백악관 “어떤 대화 결과도 비핵화가 돼야”

Posted February. 27, 2018 07:55   

Updated February. 27, 20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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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백악관이 북-미 대화 의향을 밝힌 북한에 대해 “대화의 결과는 비핵화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오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의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과 세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막다른 길이라는 걸 계속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대화 의향 발언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과 올림픽 주최국인 한국,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의 결과도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데 대체로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 캠페인은 지속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밝은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은 평창 올림픽 폐회식을 앞둔 23일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내놓으며 압박의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2단계로 가야만 할 것이다.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 언론은 대화를 거론한 북한의 노림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시작과 관련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 연기와 같은 전제조건을 붙였는지 청와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화 의향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비핵화 대화만 하겠다’는 백악관의 강경 기류도 북한이 평창 올림픽 이후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고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 공세를 벌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NYT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같다’는 워싱턴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김영철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밝힌 북-미 대화 의향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일본 패싱’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북-미 대화에 긍적적인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미일 연대를 갈라놓으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때 미국은 일본을 배제한 바 있다며 만약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삼간다면, 미국이 일본을 제쳐두고 북한과 대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 parky@donga.com · 서영아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