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을 성공시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는 유니폼 상의를 벗고 팬들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만화 캐릭터 ‘헐크’ 같은 자세로 탄탄한 상체 근육을 자랑하며 포효했다. 유니폼 탈의로 경고를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 골로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레알·스페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레알은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안방경기에서 1-3으로 졌다. 하지만 1차전을 3-0으로 이겼던 레알은 1, 2차전 합계 4-3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레알은 대회 3연패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유벤투스는 이날 마리오 만주키치(2골)와 블레즈 마튀이디(1골)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 2차전 합계 3-3으로 경기가 끝나면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레알은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루카스 바스케스가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넘어지면서 반칙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전날 그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1)는 8강전에서 무득점에 그쳐 FC 바르셀로나의 탈락을 막지 못했지만 호날두는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였다.
호날두는 자신의 UEFA 챔피언스리그 150번째 경기에서 통산 120골을 기록했다. 또 그는 챔피언스리그 11경기 연속 득점으로 대회 15호 골(1위)을 기록했다. 스포츠 통계업체 OPTA에 따르면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한 시즌 최다 골 1∼3위를 독식했다. 이번 시즌 기록은 이 부문 3위(15골·12일 현재)다. 1, 2위는 호날두가 각각 2013∼2014 시즌(17골), 2015∼2016 시즌(16골)에 세운 기록이다. 라이벌 메시는 2011∼2012 시즌에 기록했던 14골로 3위에 올라 있었으나 4위로 밀렸다.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호날두는 3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15골을 넣어 경기당 1.5골을 기록하고 있는 호날두는 자신의 역대 최다 골인 17골을 넘어서 새 역사를 쓸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페널티킥 때문에 4강 진출에 실패한 유벤투스는 반발했다. 유벤투스 베테랑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40)은 페널티킥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그는 “심판의 판정은 킬러 같은 행위였다. 심장이 있어야 할 위치에 쓰레기통이 있는 심판이 형편없는 판정을 내렸다”며 격분했다. 안드레아 아녤리 유벤투스 회장은 “UEFA가 심판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리가 돕겠다”며 비꼬았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