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자신도, 팀도 사는 피칭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전날 3연패를 끊은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아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개막 6연패로 서부지구 꼴찌에 머물던 다저스는 이날 10-3으로 이겨 샌디에이고(7승 11패)를 최하위로 끌어내리며 ‘탈꼴찌’(공동 3위·6승 9패)에도 성공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시즌을 시작했던 류현진도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류현진은 1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6이닝 2실점(1홈런)하며 시즌 2승을 올렸다. 투구수 93개였고 이 중 57개가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다. 제구력을 바탕으로 허를 찌르는 볼 배합에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방망이를 헛돌렸다.
류현진은 11일 오클랜드를 상대로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낚으며 시즌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상승세를 유지했다. 포심패스트볼(50개)을 바탕으로 체인지업(12개), 커터(17개), 커브(13개), 투심패스트볼(1개)을 골고루 섞어 쓴 류현진은 볼넷 없이 시즌 최다 삼진(9개)을 잡았다. 2회 선두타자 헌터 렌프로에게 몸쪽 커터로 장타를 허용한 뒤 후속 타자 크리스티안 빌라누에바에게 가운데 몰린 커터를 실투해 2점 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실수였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승부 막판 타자가 커터를 생각하고 있을 때 패스트볼을 던진다. 그런 경우 상대 방망이를 이길 수 있다”며 류현진의 탁월한 볼 배합을 칭찬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오늘 류현진이 포수 사인에 여러 차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머릿속에 정립해 놓은 계획을 밀고 나갔다. 카멜레온처럼 볼 배합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하위 타선은 힘으로 압도했고 강타자들을 상대할 때는 그때그때 구종을 바꿔가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역시 동료들의 득점 지원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현진이 2회말 홈런을 얻어맞아 1-2 역전을 허용했지만 다저스 타선은 3회초 곧바로 빅이닝을 연출했다. 3회초 다저스는 연속된 상대 실책으로 2-2 동점을 만든 뒤 적시타로 3-2 역전을 만들었고 곧바로 맷 캠프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며 6-2까지 달아났다. 이후 류현진은 깔끔한 삼진쇼로 샌디에이고에 반전의 분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아내 배지현 아나운서 등 가족들이 직접 응원을 온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은 “일단 제구가 잘됐다. 초반에 점수가 많이 나서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게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부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