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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선생의 뜨거운 삶, 詩로 피어나다

문익환 선생의 뜨거운 삶, 詩로 피어나다

Posted May. 26, 2018 07:42   

Updated May. 26, 20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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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 민주화운동가, 통일운동가. 늦봄 문익환 선생(1918∼1994·사진)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시인이었다. 다음 달 1일은 선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새삼스런 하루’ ‘꿈을 비는 마음’ ‘두 하늘 한 하늘’ 등 5권의 시집과 신문, 잡지에 발표한 시 가운데 70편을 추렸다. 이 시들에는 선생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윤동주 시인과 절친한 친구였던 선생은 ‘스물아홉에 영원이 된’ 친구에게 ‘너마저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넌 영원한 젊음으로 우리의 핏줄 속에 살아 있으면 되는 거니까’라며 애틋해한다(‘동주야’). 칼날 같은 현실에서 살기 위해 공장 일을 하면서 내달리는 여성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어요’), 인간다운 삶과 민주화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령하듯 염원한다(‘전태일’). 통일을 갈망하는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는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주장하는 일이라고’ 외친다.

 평범한 아들이자 가장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를 그리며 ‘당신 생각을 하며 글썽이는/눈물이야 얼 리 있습니까’(‘어머니4’)라고 읊조리고, 아내와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보다 소중한 덤을 한아름 안겨준 데 대해 감사한다(‘덤’). 

 76년의 생애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11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선생은 믿음으로 이를 견뎠다. ‘이른 새벽 창가에 불려 나와 샛별을 쳐다볼 때면/당신의 눈도 맑게 빛나겠지요’(‘당신은 언제나 내 뒤에 계십니다’) 신념을 실천하는 데 두려움도, 거칠 것도 없었지만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따뜻했다. 시대의 요구에 기꺼이 부응하며 뜨겁게 살았던 선생의 자취가 시로 피어났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