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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관리도 집에서 커튼 치고 할리우드영화 몰래 봐”

“北관리도 집에서 커튼 치고 할리우드영화 몰래 봐”

Posted June. 05, 2018 08:21   

Updated June. 05, 20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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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초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건가.”

 2016년 북한 대학에서 공부한 미국인 트래비스 제퍼슨 씨(36)는 북한 거주 당시 매일 새벽 5시에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기상곡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곤 했다.

 북한을 세 차례 여행했던 그는 북한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2016년 여름 한 달간 김형직 교육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생활은 그를 매우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다. 일반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갈 때마다 북한 감시인 두 명이 언제나 따라붙었다. 그는 지금도 누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고 한다. 제퍼슨 씨는 북한에서 겪은 얘기들을 엮은 책 ‘평양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 in Pyongyang): 김정은 북한으로의 여행’을 지난주 미국에서 출간했다.

 제퍼슨 씨는 3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데일리메일 등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동물원에 놀러갔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주민들이 멍한 얼굴로 개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6000여 종의 동물이 뛰논다’는 동물원 선전문구와는 달리 눈에 보이는 것은 개와 고양이밖에 없었다는 것. 사람이 먹을 식량도 부족하다보니 동물에게까지 관심을 쓸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의 주민 통제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번은 북한 정부관리 집을 방문해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리가 일어나 커튼을 치고 텔레비전을 껐다. 그러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할리우드 영화 ‘주토피아’ 해적판 DVD를 꺼내 같이 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제퍼슨 씨는 “북한은 획일적인 사회이지만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패션에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컬러풀한 반팔 셔츠를 입고, 비록 모조품이기는 하지만 롤렉스시계를 차기도 한다. 요즘 북한 여성들의 최고 유행은 양말 위에 하이힐을 신는 것이라고 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퍼슨 씨는 북한 생활이 힘들었지만 주민들은 친절하고 착해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2주간 북한을 방문해 학업을 이어갔다. 올해도 가고 싶지만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북한 여행은 불가능해졌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미국의 북한 여행 금지가 풀리면 그의 북한행도 가능할 듯하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