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또 책방을 내고 싶어 하는 분이 찾아왔다. 그분에게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하자 ‘역시 그렇죠?’라며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얼굴엔 ‘그래도 열고 싶어. 나도 책방 열고 싶어’라고 쓰여 있다.”
서울 신촌의 대표 독립서점인 이후북스를 운영하는 황부농 씨는 최근 출간한 책 ‘굶어죽지 않으면 다행인’(알마)에서 동네 책방 운영의 어려움과 밀려오는 회의감 등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루 종일 손님이 없을 때도 있고, 규모가 작은 동네 서점이다 보니 책 구매나 거래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 개성 있는 동네 서점들이 ‘책맥’(책 보며 맥주 한잔) ‘책처방’(고민 상담 후 책 추천) ‘북스테이’(서점에서의 하룻밤)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동네 서점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창업 지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1∼2년 새 작은 서점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하자 경기도는 올해 처음으로 동네 책방 운영자들을 위해 ‘북적북적 경기 서점학교’를 열었다. 서점 운영에 필수적인 유통, 마케팅, 상권 분석을 포함해 지역과 서점의 연계, 해외 독립서점 사례 분석을 통해 전략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경기 서점학교 담당자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20, 30대 젊은층뿐만 아니라 이직, 퇴사를 고려 중인 직장인, 은퇴 후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서점학교’, 서울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서점 예비 창업자를 위한 강좌도 인기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동네 서점 앱 퍼니플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의 동네 서점은 362곳이다. 하지만 폐점이나 휴업하는 곳도 전체의 10%인 35곳에 이른다. 책만 팔아서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독서 취향, 안목, 차별화 포인트 없이는 임차료나 공과금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동네 서점인 ‘당인리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의 책방 창업기 ‘진작 할 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유명인의 책방 창업은 동네 서점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 하지만 일부 장밋빛 케이스를 일반화하긴 어렵다. 염리동의 여행독립서점 ‘일단멈춤’의 폐점 과정을 기록한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효형출판)에서 송은정 씨는 수익이 나지 않는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다른 부업을 꾸역꾸역 했음을 고백한다. 송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의 절반은 사실이 아니었다. 책방의 유명세와 부러움의 시선은 내 삶의 질을 조금도 높여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로 책의 유통 문제도 손꼽힌다. 불투명한 출판 유통 구조 탓에 작은 서점들의 책 마진은 낮은 편이다. 못 파는 책들은 고스란히 책방 주인의 몫으로 남는다.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는 “일주일에 2, 3곳씩 새로운 동네 책방이 문을 여는 추세일 정도로 관심이 높지만 유동 인구, 확보할 수 있는 책의 종수나 상권 등에서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며 “책만 팔아서는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북스테이, 강연 등 차별화를 통한 적극적인 생존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