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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높은 한국 금리

Posted June. 15, 2018 09:50   

Updated June. 15, 20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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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화가 본격화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금리가 20%를 넘어가는 것은 예사였다. 고도성장기인데다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금리도 고공비행했다. 기업들로서는 선진국에서 낮은 금리의 차관을 유치하는 것이 능력이자 혜택이었다. 당시 외화조달 창구인 국책은행을 움직이는 것이 재무부였다. 외환이 기업과 정부의 유착 고리이던 시절이다. 한미 금리 역전은 상상도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75“2.0%로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최대 0.5%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뒤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은 그 만큼 한국 경제가 튼튼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 외환위기와 자본시장 개방이라는 큰 홍역을 치른 뒤 얻은 체질개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얻은 성과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두 차례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경기회복은 미국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이 선택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돈 값’이 높은 미국으로 투자 자본이 빠져나갈 우려 때문이다. 신흥국 ‘긴축 발작’이 확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뜻하지 않은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한국도 자본 유출을 걱정해 금리인상 목소리가 나왔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본 이동이 금리 차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닌데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수출기업에 유리한 점도 있다. 최근 경기 지표가 침체 논란을 불러올 만큼 좋지 않은 점도 한은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이유다. 한국경제의 ‘뇌관’이라는 가계부채 부담도 커진다. 그렇다고 마냥 금리를 묶어둘 수도 없다. 예정대로라면 올 연말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1%포인트가 된다. 이 정도까지 감내할 만큼 한국 금융시장의 체력이 강한지도 의문이다.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인가.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