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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Posted June. 19, 2018 08:05   

Updated June. 19, 20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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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에는 상추튀김이라는 독특한 간식거리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상추를 튀긴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은 오징어튀김을 간장에 절인 고추에 곁들여 싸먹는 상추쌈이다. 상추가 느끼함을 잡아줘 튀김의 고소한 맛이 더 살아난다. 쌈은 고기에, 튀김은 간장에만 어울린다는 선입견을 깬 덕에 두 재료가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광주시가 빛그린 산업단지에 추진하고 있는 ‘반값 연봉 자동차 공장’도 일견 상추튀김과 비슷한 면이 있다. 자동차 공장은 고임금이라는, 그리고 임금이 많지 않고 대기업이 아니면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다는 기존의 틀을 깨려는 시도다.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의 연봉은 기존 자동차공장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에 못 미치는 4000만 원이다. 하지만 광주시가 주택과 의료, 교육을 지원해 가구 실질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로 했다. 1만2000개 새 일자리가 지역경제에 기여할 것을 고려하면 시로서도 손해 보지 않는 투자다.

 ▷광주형 일자리는 1999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市)와 폭스바겐이 합작한 ‘아우토 5000’을 모델로 한다. 기존 임금의 80%를 주고 근로는 3시간 더 하는 조건으로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안에 별도 공장을 세워 청년들과 장기실업자를 고용했다. 18%까지 치솟은 지역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타협이었다.

 ▷민선 4기 윤장현 시장이 구상을 밝힌 지 4년 만인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공장 설립은 현실화하는 듯 하다. 현대차는 연간 10만 대 가량을 위탁생산하기로 했지만 현대차 노조의 거센 반발이 장애물로 등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반값 연봉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낮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제 밥그릇 걱정’이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이야기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표현한 사안이다. 과연 ‘친노(親勞) 정권’의 핵심 지역인 광주에서 노동계 반대를 뚫고 ‘일자리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광주시와 현대차의 실험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