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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 쓴 시진핑 초상화

Posted July. 19, 2018 08:34   

Updated July. 19, 20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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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 한복판에서 둥야오충(董瑤瓊·29)이란 여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초상이 그려진 ‘중국몽’ 선전물에 먹물을 뿌렸다. 이를 트위터로 중계하며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고 했다. 현재 이 여성은 구금당한 상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먹물 낙서 모방 사건이 잇따르자 중국 당국은 베이징·광둥성 둥관·후난성 창사 등 공공장소에서 시주석 초상화를 치워버렸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터진 이후인 9일, 15일 인민일보 1면에서 시주석 이름이 사라진 것도 이례적이다. 2012년 집권 이후 강화됐던 시주석 개인숭배 선전이 내부 반발을 의식해 수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은 선거가 아니라 연간 10% 안팎 경제성장에서 비롯된다. 시주석이 ‘사회주의 강대국’을 선언하고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틀을 닦은 배경에도 이런 자신감이 있다. 그런데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주석 리더십도 상처를 입게 됐다.

 ▷1990년대 활발한 논쟁이 벌어진 근대화이론은 경제 성장을 민주주의 이행의 전제로 봤다. 경제가 발전하면 전근대적인 사회 구조와 가치가 바뀌게 된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야 개인의 권리를 자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 대만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회적 요구를 수렴해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혁명의 씨앗이 잉태되는 셈이다. 이번 먹물 사건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역사를 역행하려는 ‘시진핑 체제’에 어떤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2016년 1월 북한 양강도 삼수군 포성역에서 ‘김정은 X새끼’라는 낙서가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문득 시주석 먹물 낙서 사건을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독재자의 셈법으로 따져 볼 때, 수령체제를 보위하는 정의의 보검인 핵을 버리고, 불안정성이 커지는 경제발전을 택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북 제재가 곳곳에서 구멍이 났다는 소식에 그동안 북한의 계산이 바뀌어 버린 것은 아닌지 더욱이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