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부, 폭염 덮치자 “원전 더 돌려라”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정비를 늦추는 등 전력 공급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력수요를 적게 예측해 ‘탈(脫)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던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전 가동해 500만 kW 추가 공급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현재 정비 중인 원전을 최대한 빨리 다시 가동하고, 일부 원전에 대해서는 전력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이후로 정비 시기를 늦춘다고 22일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22일 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가동 중인 원전은 21일 발전을 재개한 한울 4호기를 포함해 총 17기다. 이 중 한빛 1호기는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정비(계획예방정비)를 8월 13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정비 시기를 8월 18일로 늦췄다. 8월 15일로 정비가 예정됐던 한울 1호기는 29일로 정비 기간을 조정했다.

　또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둘째, 셋째 주) 이전에 다시 가동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 원전 모두 정비 마무리 단계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늦어도 8월 8일경에는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측은 이를 통해 전력 500만 kW(킬로와트)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폭염 대응 총력전 나선 정부

　전력 수급 대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8월 중순으로 예상했던 최대 전력수요 도달 시점이 이번 주(23∼29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전을 포함해 여러 발전원을 동원해 전력 수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7월 말 석탄, 가스 등 발전기 5기를 추가로 가동하면 약 250만 kW의 전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화력발전소 2기는 전력수요가 폭증한 이후인 17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산업부는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8830만 kW)에 도달해도 공급을 확충해 전력예비력 1000만 kW, 전력예비율 11%를 유지할 수 있다. 대형 발전기가 갑자기 고장 나는 등 돌발 상황이 나더라도 수급 관리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폭염에 수요 조절 목표 포기

　이처럼 폭염으로 정부가 전력 공급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요 관리로 탈원전을 추진하려던 정부 계획은 사실상 크게 틀어졌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전력수요를 8750만 kW로 예측하고 목표수요를 8610만 kW로 설정했다. 수요감축요청(DR·미리 계약한 만큼 기업들이 절전에 참여토록 하는 제도) 등 수요 조절 정책을 통해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보다 140만 kW를 절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올여름이 예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자 이달 5일 발표한 하계수급대책에서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를 8830만 kW로 높였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예상한 결과 제8차 계획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첫해부터 목표치를 수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