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4시, 프랑스 파리 북부 유명 관광지 몽마르트 언덕 근처 아베스 전철역. 녹색 조끼를 입은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40명쯤 되는 이들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하나씩 들고 각자 주변으로 흩어졌다.
한 달에 한 번씩 파리에 모여 거리 청소를 하는 이들은 일본인 이나이 요시코 씨가 주도하는 시민단체 ‘그린버드’ 회원이다. 이 단체 회원은 아니지만 온라인 공지를 보고 참여한 프랑스인들도 있다. 이 단체는 2007년부터 12년째 매달 한 차례씩 파리 시내를 청소한다. 파리가 워낙 더럽다 보니 보다 못한 일본인들이 나서게 됐고 언론 보도로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프랑스인들의 참여도 늘었다.
이나이 씨는 “2004년 처음 파리에 왔을 때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것을 보고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6월에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안 이달고 파리시장에게 “도쿄를 다녀오는 길인데 시장은 거기(도쿄)에 며칠 다녀오라. 그곳은 너무나 깨끗한 도시”라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달고 파리 시장이 “파리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파리 시민들도 공공장소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맞받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4일 청소를 하러 나온 파리 시민 오렐리는 “관광지는 그나마 깨끗한 편이지만 내가 사는 18구는 정말 더럽다”며 “아름답지만 너무 더러운 도시가 창피해 인터넷에서 (그린버드 회원들의) 활동 소식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본 주변 가게 점원들도 하나둘씩 빗자루를 들고 나와 함께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식당 점원 게잘라는 “가게 앞을 하루에 4번이나 청소하는데 늘 담배꽁초가 수북하다”고 말했다.
2024년 올림픽 개최지인 파리시는 깨끗한 도시 만들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일 5036명의 청소원이 파리 시내 2900km를 누비며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올 한 해 파리시 청소 예산만 5억 유로(약 6500억 원)에 이른다. 파리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따로 만들어 시민들이 더럽고 지저분한 장소를 신고하면 곧바로 출동해 이를 해결해 주고 있다. 파리시는 또 동네마다 ‘청소 대사’를 임명해 자발적인 청소 모임을 유도하고 있다.
17일 파리에서 가장 더러운 곳 중 하나로 알려진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생마르탱 운하에는 노상방뇨를 하면 벌금 68유로에 처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 옆으로 상어 입 모양을 한 남성 소변기가 놓여 있었다. 밤마다 술에 취한 남성들의 노상방뇨가 심해 만들어놓은 고육책이다. 파리시민 크리스틴은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 이런 흉측한 화장실이 놓여 있어서는 안 된다. 없애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하룻밤에 나오는 쓰레기양이 2.5t에 이른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