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정은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남한의 비핵화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한국과 영국 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 방한한 사이먼 맥도널드 영국 외교차관은 13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현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영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성원이기도 한 맥도널드 차관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멈췄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비핵화 조치)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는 18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인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영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며 “개입 정책은 (비핵화 논의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이번 회담도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압박정책 역시 중요하다. 개입과 압박이 대북정책에 혼합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완화되려면 북한의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들(북한)의 좋은 말들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유엔 안보리 내에서 합의된 사항은 없다”며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과 함께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영국의 3대 역할’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논의 진행 △평양 주재 영국대사관을 통한 정보 제공 △보유한 비핵화 기술 제공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우리는 (비핵화 관련) 전문 지식을 한국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실제로 영국이 어떤 구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우리는 다양한 당사자에 제의해놓은 것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받아들여졌는지, 또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과 관련해서 그는 “협상 과정이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 매우 의존적인 새로운 협상 스타일”이라며 “이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지금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 과정에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점은 협상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결국 성공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