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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세포 모방해 더 똑똑한 AI 만든다

Posted October. 01, 2018 08:03   

Updated October. 01, 20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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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바둑 소프트웨어 ‘알파고’가 꼽힌다. 한국의 이세돌 9단, 중국의 커제 9단 등 정상급 프로기사에게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특정 분야에선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알파고 같은 고성능 AI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방대한 양의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알파고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 각국의 컴퓨터 자원을 끌어다 쓰는데,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당시엔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 그래픽연산장치(GPU) 176개를 사용했다. 단일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면 슈퍼컴퓨터에 해당한다.

 AI는 인간 대신에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공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등 복잡하고 빠른 판단이 필요한 분야에도 두루 쓰일 것으로 보인다. 매번 고가의 시스템을 설치할 수는 없다 보니 과학자들은 결국 ‘인간의 두뇌’에서 답을 찾고 있다. 인간의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력으로 환산하면 한 시간에 20W(와트) 정도. 알파고가 시간당 56kW(킬로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므로 단순히 비교해도 인간의 뇌가 2800배가량 효율이 좋다.

 인간의 뇌를 흉내 내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현재까지 인간이 확보한 뇌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이 기능을 컴퓨터 속에 가상현실로 구현해 뇌 기능을 흉내 낸다. 이론적으로는 컴퓨터 스스로 자아를 갖고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강한 AI’를 현실에서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간의 뇌 기능의 비밀이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약 1000억 개로 알려져 있는 뇌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세세한 연결도 고려해야 해 현재로선 거의 현실화가 불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뇌신경 구조와 동작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가상두뇌 개발을 연구 중인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방법은 뇌과학 연구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대용량의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해 실생활에 활용하긴 어렵다. 과학자들은 결국 뇌의 일부분만 흉내 내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사용되는 CPU의 내부 구조를 동물의 뇌신경세포 동작 원리를 흉내 내 만든 ‘뇌신경모사칩’을 개발하는 것이다. 뇌 전체를 복제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자아를 갖긴 아직 어렵지만 학습 속도와 처리 속도는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CPU 전문기업 ‘인텔’이 꼽힌다. 인텔은 지난해 9월 ‘로이히(Loihi)’라는 실험용 뇌신경모사칩을 발표했다. 로이히 칩은 뇌신경세포를 흉내 낸 13만 개의 전자회로와 1억3000만 개의 시냅스(신경 연결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에 사람이 손으로 쓴 숫자를 알아보는 AI 프로그램을 설치한 결과 일반 컴퓨터를 이용한 AI 기능과 비교해 100만 배 높은 학습률을 자랑했다. 에너지 효율 역시 기존 방식보다 1000배 높다고 인텔 측은 밝혔다. 인텔은 앞으로 이 기능을 한층 더 높여 작은 동물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할 계획이다.

 관련분야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현재 인텔 로이히 칩에 필적하는 뇌신경모사칩을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데 근시일 내에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동물의 뇌파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뇌신경모사칩 회로를 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욱 KIST 선임연구원은 “뇌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도 점차 수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