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전선에 미묘한 기류가 생기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제의한 실무회담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있고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차일피일 미루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12일(현지 시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 두어 달 안(in the next couple of months)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하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더 나아가 12월이나 내년으로 회담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의 말대로라면 연내 회담 개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협상이 벽에 부딪힐 때만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볼턴 보좌관이 또다시 나선 것을 두고 미국이 1차 싱가포르 회담 때와 달리 2차 회담에는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두어 달’이라는 것은 회담에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어휘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협상 라인을 만들기로 북한과 합의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실무회담 제의에 일주일이 넘도록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북한이 원했던 ‘중간선거 이전 정상회담’이 불발되고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의 ‘평양 초대’ 의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이 이른바 ‘몽니’를 부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