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하고 자족하는 와카바다이 노인
Posted November. 20, 2018 07:18
Updated November. 20, 2018 07:18
자조하고 자족하는 와카바다이 노인.
November. 20, 2018 07:18.
by 서영아 sya@donga.com.
주민 중 65세 이상이 44%를 차지하는 일본의 한 아파트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40년 전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와카바다이 단지. 요코하마 중심가에서 버스로 50분 거리, 27만여 평 부지에 6300여 가구를 위해 마련된 아파트. 한창 때는 인구 2만 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1만4000여 명 선. 40년 전 30대 초반에 입주했던 젊은 부부가 장성한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70대 노부부로 다시 둘만 남은 모습이 단지의 전형적 풍경이다. 3개, 2개였던 단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지금은 1개씩만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힘없는 ‘늙은 마을’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 아침 각자 퍼터를 들고 나와 그라운드 골프 연습을 하는 어르신들로 옛 학교 운동장이 북적였다. 오전 10시경 상점가에는 산책, 등산 등을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인원 점검을 하느라 떠들썩했다. “밖에서는 여길 ‘요코하마의 티베트’라고 부릅니다. 젊은 세대는 아이 키우기 좋고 노인들도 살기 편한 공동체라는 뜻이죠.” 10여 개 자치회를 총괄하는 연합회 회장인 야마기시 히로키 회장(70)의 자랑이다. 주민과 행정당국, 주택공사까지 힘을 합쳐 단지의 인기와 명성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도 대단했다. ‘개호(介護·돌봄) 예방’ 시스템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남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령자들이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촘촘히 마련돼 있다. 가령 자치회가 운영하는 스포츠 문화클럽은 1700여 회원 중 60%가 고령자다. 야구장, 폐교의 교정, 테니스 코트는 연인원 8만5000명이 이용한다. 주민들이 개최하는 운동회와 문화제, 연간 17회의 그라운드 골프대회도 교류의 장이 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고령자들의 손으로 운영된다. 주택공사의 협력으로 상점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주민 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3년 전 문을 연 식당 ‘하루’는 단지에 사는 ‘주부’ 30여 명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며 실비만 받고 ‘집밥’을 제공한다. ‘혼밥’ 먹는 분들을 불러내기 위한 식당이다. 식당 개설을 주도한 70대와 80대 두 ‘주부’ 할머니의 얼굴은 생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건너편엔 고령자 생활지원센터가 있었다. 고령자가 신청하면 전화와 방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해주고 500엔(약 5000원)만 받고 30분간 쇼핑이나 청소 등을 도와준다. 고독사(孤獨死)를 막기 위해 6가구를 1개 조로 묶어 조별로 이웃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태세도 가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빈 점포 자리에 육아쉼터를 만들자 노인들이 오가다 쉼터에 들러 우는 아기들을 달래주거나 아이들의 재롱을 즐긴다. 이런 노력 덕일까. 와카바다이 주민은 평균 연령 대비 개호보험 대상 인정자 수가 일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이곳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만족해하며 마지막까지 거주할 인생의 최후 터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14%, 2060년이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7시간을 지하철을 타며 보낸다는 노인들도 있고,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이들도 있다. 노인 대부분이 저축도, 연금도 부족하다. 한국의 노인들에겐 와카바다이 주민의 생활 풍경이 ‘머나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와카바다이는 머지않아 우리도 반드시 실현해내야 할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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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중 65세 이상이 44%를 차지하는 일본의 한 아파트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40년 전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와카바다이 단지. 요코하마 중심가에서 버스로 50분 거리, 27만여 평 부지에 6300여 가구를 위해 마련된 아파트. 한창 때는 인구 2만 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1만4000여 명 선. 40년 전 30대 초반에 입주했던 젊은 부부가 장성한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70대 노부부로 다시 둘만 남은 모습이 단지의 전형적 풍경이다. 3개, 2개였던 단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지금은 1개씩만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힘없는 ‘늙은 마을’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 아침 각자 퍼터를 들고 나와 그라운드 골프 연습을 하는 어르신들로 옛 학교 운동장이 북적였다. 오전 10시경 상점가에는 산책, 등산 등을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인원 점검을 하느라 떠들썩했다.
“밖에서는 여길 ‘요코하마의 티베트’라고 부릅니다. 젊은 세대는 아이 키우기 좋고 노인들도 살기 편한 공동체라는 뜻이죠.” 10여 개 자치회를 총괄하는 연합회 회장인 야마기시 히로키 회장(70)의 자랑이다.
주민과 행정당국, 주택공사까지 힘을 합쳐 단지의 인기와 명성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도 대단했다. ‘개호(介護·돌봄) 예방’ 시스템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남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령자들이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촘촘히 마련돼 있다. 가령 자치회가 운영하는 스포츠 문화클럽은 1700여 회원 중 60%가 고령자다. 야구장, 폐교의 교정, 테니스 코트는 연인원 8만5000명이 이용한다. 주민들이 개최하는 운동회와 문화제, 연간 17회의 그라운드 골프대회도 교류의 장이 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고령자들의 손으로 운영된다.
주택공사의 협력으로 상점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주민 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3년 전 문을 연 식당 ‘하루’는 단지에 사는 ‘주부’ 30여 명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며 실비만 받고 ‘집밥’을 제공한다. ‘혼밥’ 먹는 분들을 불러내기 위한 식당이다. 식당 개설을 주도한 70대와 80대 두 ‘주부’ 할머니의 얼굴은 생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건너편엔 고령자 생활지원센터가 있었다. 고령자가 신청하면 전화와 방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해주고 500엔(약 5000원)만 받고 30분간 쇼핑이나 청소 등을 도와준다. 고독사(孤獨死)를 막기 위해 6가구를 1개 조로 묶어 조별로 이웃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태세도 가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빈 점포 자리에 육아쉼터를 만들자 노인들이 오가다 쉼터에 들러 우는 아기들을 달래주거나 아이들의 재롱을 즐긴다.
이런 노력 덕일까. 와카바다이 주민은 평균 연령 대비 개호보험 대상 인정자 수가 일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이곳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만족해하며 마지막까지 거주할 인생의 최후 터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14%, 2060년이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7시간을 지하철을 타며 보낸다는 노인들도 있고,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이들도 있다. 노인 대부분이 저축도, 연금도 부족하다. 한국의 노인들에겐 와카바다이 주민의 생활 풍경이 ‘머나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와카바다이는 머지않아 우리도 반드시 실현해내야 할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서영아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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