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개방은 시대의 흐름” 보아오포럼 서울회의 막올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1∼3위 그룹 경영진이 20일 왕융 중국 국무위원을 잇따라 면담했다. 왕 위원은 중국 정부를 이끄는 리커창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9명 중 의전서열 7번째인 고위 당국자다.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에서 정 부회장과 권 회장은 행사 개막 전 별도로 마련된 VIP룸에서 왕 위원과 비공개로 만나 30분간 면담했다. 정 부회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잘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다음에 또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아오 포럼 상임이사를 지내기도 한 최 회장은 앞서 이날 오전 왕 위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아오포럼 이사장)과 함께 조찬을 하며 회동했다. 최 회장은 중국 사업의 완벽한 현지 경영을 강조한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추진 중인 만큼, 중국 사업 확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매년 4월 중국 보아오에서 열리는 연례회의와 별도로 세계 각지에서 지역회의를 개최한다. 동북아 지역에서 보아오 포럼 지역회의가 열린 건 이번 서울회의가 처음이다.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반 전 총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에선 왕 위원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멍양 국무원 판공청 부비서장, 리진위안 톈스그룹 회장 등 정재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강연에 나선 인사들은 입을 모아 ‘다자주의’와 ‘개방형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왕 위원은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듯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일부 국가가 자국 이익을 추구하며 무역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폐쇄하고 고립되면 발전의 길을 갈 수 없다”며 “혁신과 개방은 시대의 흐름으로 우리는 보다 용기를 내 단결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아시아는 현재 반세계화, 보호무역, 고립주의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아시아 국가의 협력을 통해 다자주의 가치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