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은 멋있는 법을 아는 음악장르예요. 방탄소년단(BTS)과도 같이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41·사진)가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16일 새벽 인천 중구 클럽 ‘크로마’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케이크를 들자 400여 명의 관객이 환호했다. 아오키는 ‘CAKE ME’ 피켓을 든 이들에게 케이크를 던지고 샴페인을 뿌려댔다. 관객들은 개의치 않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에 몸을 흔들었다.
올해 두 번째로 내한한 아오키를 공연 직전 만났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이 여러모로 깊다. 특히 “(케이팝의) 다양한 시도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10월에는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신곡 ‘Waste It On Me’도 공개했다. ‘MIC Drop’ ‘전하지 못한 진심’에 방탄소년단과 세 번째 협업이다.
아오키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DJ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세계를 돌며 연간 200회 이상 공연을 한다. 2015년 성대낭종 수술도 받았지만 여전히 원기왕성하다. 가장 긴 관객 환호 시간, 가장 많은 투어를 돈 아티스트 등 기네스 기록만 5개.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자 록그룹 본조비의 노래 ‘아이 윌 슬립 웬 아임 데드(잠은 죽어서나)’가 좌우명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DJ로 기억되길 원한다. 그는 “아시아계 문화인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BTS도 그런 인물들”이라고 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비행기에서 엄청나게 책을 읽는다고. 아오키는 “최근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에 빠져 있다”며 웃었다.
아오키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일본 프로레슬러이자 미국 레스토랑 사업가인 로키 아오키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200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평생의 롤 모델”이라며 “칭찬보다 항상 더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