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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짝처럼 버려진 미국의 동맹들

Posted December. 31, 2018 07:28   

Updated December. 31, 20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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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1일 물러나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별명은 ‘미친개’다. 짧은 머리, 꼿꼿한 자세를 항상 유지했던 그는 저돌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다. 본인은 이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부르길 즐겼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각과 참모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그를 “진짜 인물(real deal)”이라며 치켜세웠고,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역량과 자질에 대해서는 정파를 막론하고 호평이 뒤따랐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쓴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2013년 중동작전을 총괄하는 중부군사령관이던 그가 버락 오바마 당시 행정부와 대이란 정책으로 마찰을 빚은 일화가 나온다.

 매티스 장관은 항의의 의미로 군복을 벗으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군사 문제에 있어 ‘최선의 조언’을 하면서 월급을 받습니다.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소신을 바꾸진 않겠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계획에 반발하며 20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서한에서 그는 “대통령께서는 견해가 더 잘 맞는 국방부 장관을 둘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썼다. 돌려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40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특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야전 지휘관을 지낸 ‘중동 전문가’로서 지켜온 소신에 어긋나는 일임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8년째 내전이 이어지는 시리아 주둔 미군의 수는 고작 2000여 명. 전투 병력도 아니다. 쿠르드족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시리아 주둔 미군이 철수한다고 유사시 중동에서 미국이 벌일 군사적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티스 장관이 옷을 벗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은 ‘신뢰와 약속의 무게’였다. 시리아 내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모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비롯한 쿠드르족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 이로 인해 무너질 신뢰를 우려했던 것이다.

 프랑스는 미군 철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은 어깨를 맞대야 한다. 한 국가나 군대의 수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고 토로했다. 유럽 상당수 국가가 IS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IS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이들은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을까.

 시리아 쿠르드족이 느꼈을 배신감은 더 클 것이 분명하다. 미국 무기를 손에 들고 사실상 모든 IS와의 전투에서 지상군 역할을 하며 ‘총알받이’ 노릇을 했던 이들이다. 내전 기간에 사망한 쿠르드족은 수만 명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미국은 적어도 이들에게 진 ‘빚’이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시리아를 떠날 의사를 밝힌 만큼 러시아, 터키, 이란 등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들은 미국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그 첫 번째 목표는 미국이란 방패를 잃은 쿠르드족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는 싸움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쿠르드족이 지켜왔던 시리아 북동부 지역은 주요 가스 매립지와 비옥한 땅이 몰려 ‘유용한 시리아(useful Syria)’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초기 미 육군 4성 장군 출신 잭 킨을 국방장관 후보로 고려했다. 그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장관직을 사양했지만 이런 조언을 남겼다고 한다.

 “국내에서 벌어진 실수는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문제에 있어서 다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습니다. 실수하면 엄청난 결과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행동해도, 혹은 행동하지 않아도 세계 일부를 불안정하게 하고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맹들과 상의 없이 내린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이 2019년 중동 정세를 요동치게 할 ‘실수’가 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중동의 미국 동맹국들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는 배신감을 안고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