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팀’ 키르기스스탄, ‘엉성한 수비’를 노려라.
59년 만의 대회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53위)이 12일 오전 1시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상대는 세계 랭킹 91위의 키르기스스탄. 그동안 A매치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팀이다. 지난해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했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대결한 게 유일한데 당시 한국은 예상외의 고전 끝에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1994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하면서 그해 166위를 기록했던 키르기스스탄은 2012년 199위로 바닥을 찍은 뒤 최근 빠른 속도로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있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이전까지 아시안컵 본선 무대도 밟은 적이 없는 키르기스스탄은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인도(62위)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며 본선에 합류했다.
경험도 없고,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없는 키르기스스탄이 중국(76위)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후반 12분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로 자책 동점골을 내준 게 역전패로 이어졌지만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을 충분히 괴롭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르기스스탄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카타르(93위), 요르단(109위)과 평가전을 치렀다. 카타르에는 0-1로 졌고 요르단은 1-0으로 꺾었다. 요르단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호주(41위)를 꺾고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팀이다.
선제골을 터뜨리며 중국을 압박했던 키르기스스탄 공격의 핵심은 미를란 무르자예프(29)와 비탈리 륙스(30)다. 터키 하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무르자예프는 A매치 30경기 이상을 출전한 유일한 선수로 노련한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중국전 전반 42분 소속팀의 스로인을 머리로 받아 중국 페널티 지역 앞에 있던 아흘리딘 이스라일로프에게 자로 잰 듯 연결해 골을 도운 선수가 무르자예프다. 독일 하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륙스는 힘과 스피드가 좋은 데다 높이(183cm)까지 갖춘 경계 대상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키르기스스탄은 공격에 비해 수비가 엉성하다. 강렬한 듯 보이지만 무질서한 면이 있다. 이걸 잘 이용하면 많은 득점을 노릴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이 중국과 대결할 때만큼 패기를 발휘한다면 우리로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