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 서비스 시장이 봄의 대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조짐이 보이면서 멜론, 지니, 벅스 등 장기 집권한 기존 강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음원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음반·음원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플로(FLO), 네이버가 지난해 6월 출시한 바이브(VIBE)가 최근 각각 월 사용자 수 3, 4위로 치고 올라와 1, 2위인 멜론, 지니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더욱이 다음 달부터는 SK텔레콤이 멜론 사용자에게 주던 이용료 할인 혜택을 자사의 플로 사용자로 돌리기로 했다. 네이버도 4월부터 바이브와 네이버뮤직 간 교차 사용을 중단한다. 네이버뮤직을 바이브로 완전 통합하는 수순이다.
한 대형 음원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잠시 이탈한 사용자가 돌아오리라 본다”면서도 “한편으론 지각변동에 대비해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속이 타들어 가지만 소비자로선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 셈이라 반갑다. 최근 사용자가 급증한 플로와 바이브를 직접 써보니, 10년 이상 음원 서비스 메인화면의 고정 메뉴였던 실시간 차트를 홈 화면에서 밀어낸 것이 눈에 띈다. ‘오늘의 플로’ ‘수요일 바이브’ 등 사용자 맞춤형 추천 재생 목록이 홈 상단을 점했다.
아이폰과 유튜브 사용자들이 그간 애플뮤직, 유튜브 프리미엄을 무료 체험하면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에 익숙해진 점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플로는 가입과 함께 좋아하는 장르와 아티스트를 먼저 고르게 한다는 점에서 애플뮤직을 빼닮았다.
한편에선 기존 한국적 서비스의 특징도 여전하다. 홈 화면은 아니지만 두 번째 탭에 여전히 아이돌이 잔뜩 포진한 차트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차트에 피로감을 느끼며 유튜브에서 무료 음원을 찾던 중장년층을 유료 음원 서비스로 끌어들일 가능성은 보였다. 한 음원 서비스 관계자는 “시장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 맞춤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음반사 이사는 “유튜브 뮤직과 애플뮤직의 유료 가입자 수가 총 100만 명을 넘고 플로와 바이브의 추격이 거세지면 ‘멜론의 10년 천하’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