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폐쇄 조치로 딱한 처지에 놓인 중남미 이민자(캐러밴)의 사진을 찍어 큰 반향을 일으킨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45)가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 최초로 미 언론 분야 최고 권위 상인 퓰리처상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추문, 미국 내 주요 총기 사건을 추적한 보도들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15일 김경훈, 마이크 블레이크, 루시 니컬슨, 로런 엘리엇 등 중남미 이민자 사태를 취재한 로이터 사진기자들을 ‘긴급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11월 25일 이민자 행렬에 속해 있던 온두라스 출신 마리아 메사(40)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5세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최루가스를 피해 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이민자들의 긴박함과 절박함, 슬픔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시각적으로 묘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재 로이터 도쿄지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기자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오전 4시 반에 자다가 전화를 받았다. 깜짝 놀랐고 매우 기뻤다”고 했다. 그는 “캐러밴 사태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실된 보도를 했고 완성도 높은 사진을 찍었다고 자평한다”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진솔하고 솔직한 사진은 고유의 힘을 가질 뿐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74년생인 그는 1993년 중앙대 사진학과에 입학했고 2002년부터 로이터에서 일했다. 최근 사진기자의 일상을 담은 저서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도 출간했다.
대상 격인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은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전후 학교와 사법 당국 관리들의 문제를 집중 보도한 지역 언론 사우스플로리다선센티널의 보도였다.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를 보도한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기자들도 긴급뉴스 수상자로 뽑히는 등 총기 사건 관련 보도가 퓰리처상의 선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파헤친 기자들도 지난해에 이어 상을 받았다. 대통령의 재산을 18개월간 조사해 그의 자수성가 주장이 틀렸음을 밝힌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은 해설 부문,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두 명의 여성에게 2016년 대선 기간 은밀히 건네진 비밀 보상금을 파헤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들은 국내보도 부문 수상자가 됐다. 미얀마 군부가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학살한 사건을 취재한 로이터통신 기자들 및 예멘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AP통신 기자들은 국제부문 보도 수상자로 뽑혔다.
퓰리처상은 미 언론 재벌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언론 분야에서는 보도 사진 비평 해설 등 14개 부문, 예술 분야에서는 픽션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뽑는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