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중간고사 기간이라 많이 힘들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너의 모습에서 아빠의 고교 시절을 보았단다. 불안하고 외롭고, 스스로를 자책하다가 억울해서 고함을 치고 싶던 밤들. 늘 어린아이일 것 같던 네가 벌써 자라서 그 고통스러운 밤들을 견뎌내고 있구나. 미안하고 고맙다. 사랑한다. 인간 발전의 가장 크고 보편적인 동기는 자랑스러운 아들딸이 되고 싶은 마음이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어려움을 인내하고 극복하고 발전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사랑이지. 또 다른 발전의 힘은 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누군가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야. 네 나이에 그런 대상이 있다면 그건 축복이란다. 경쟁에서 이겨 가치를 확인하고 싶거나,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얄팍한 동기는 어려움 앞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
비난받기 싫거나 처벌이 두려운,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혼자 살아남기 위한, 잘돼서 날 무시했던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것 같은 부정적인 동기들도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 성취는 장기적인 행복을 약속해 주지 못해. 내가 원해서 결정한 나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삶이 아니니까.
자기 통제력은 더 크고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충동적인 욕구를 자제하고 즉각적인 즐거움과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란다. 더 큰 만족을 위해 참는 인내력이지. 자기 통제력은 ①유혹에 저항하는 능력 ②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 ③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으로 이루어져.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은 네가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공신폰’(공부의 신 휴대전화)으로 바꾼 것처럼 유혹과 거리를 두는 자기이탈 전략과 유혹에 빠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언어적 자기교시 전략을 통해 향상된단다. 유혹에 저항해서 이기는 경험치가 쌓이면 자율성과 자신감도 함께 높아지지.
만족을 지연시키려면 인내했을 때 더 큰 보상이 있을 것이란 신뢰가 필요해. 그 신뢰는 부모와 어른들이 심어주는 것이지. 참아야 하는 시간도 성숙도에 따라 조금씩 늘려나가야 하지. 너를 보면 엄마 아빠가 이 부분에서는 비교적 잘한 것 같아. 충동을 억제하려면 정서적으로 안정돼야 하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하지. 너는 그런 능력들을 잘 갖추었어. 잠시 쉴 때 이 노래를 들어볼래? 또 옛날 노래라고? 하긴 너보다 몇 년 전에 나온 노래지. 하지만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로 가득한 좋은 노래란다.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말고 춤을 춰. 함께 추자는 사람이 없거나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앉아 있으면 재미없잖아. 삶은 늘 모험이고 도전이야. 처음엔 두렵겠지만, 몇 번 넘어지고 일어나다 보면 삶은 꽤 괜찮은 모험들과 도전들의 연속이란 걸 알게 될 거야. 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감사함을 잃지 말고,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고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렴.”
약속해 주렴. 아빠가 너를 사랑하고 믿는 것처럼, 너도 너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