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 5회 1사 상황에서 상대 타자 브랜든 크로퍼드를 마주한 류현진은 입술을 굳게 다문 뒤 포수 러셀 마틴을 향해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풀카운트에서 류현진이 힘차게 뿌린 직구에 크로퍼드의 방망이가 나왔고 공은 3루수 앞 땅볼 처리됐다. 시속 149.2km. 이날 류현진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은 경기 중반인 5회에 나왔다.
류현진은 이날 8이닝 1실점 6탈삼진을 기록했다. 노련한 완급 조절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8이닝을 던졌다. 다저스는 9회 투수 페드로 바에스가 버스터 포지에 끝내기 좌전 안타를 허용해 1-2로 패했다. 류현진은 시즌 4승째를 노렸지만 평균자책점을 2.96에서 2.55로 낮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이날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1회를 140km ‘느린 직구’로 출발한 그는 이닝을 거듭하며 구속을 높여 갔다. 통상 선발 투수들은 1회 구속이 가장 빠르다가 5, 6회 속도가 줄어들지만 류현진은 반대였다. 8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도 스피드건에는 147.6km가 찍혔다.
1회 2안타와 희생 플라이를 묶어 선취점을 올린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점점 강해지는 류현진의 구위에 눌려 2회부터 8회까지 단 두 개의 안타만을 기록했다. 구속이 빨라지면서 체인지업의 위력도 강해졌다. 이날 류현진은 자신이 얻어낸 6개의 삼진 중 3개에서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빠른 공처럼 날아오다 가라앉는 체인지업에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병현 MBC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직구를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 스윙이 거의 같아 상대 타자로서는 둘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노려한 완급 조절 능력을 보인 외에 류현진은 자신의 몸 상태에 이상 없다는 것을 연이어 과시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9일 사타구니(내전근)을 다쳐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많은 우려를 낳았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한 경기에서 8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9월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8이닝 2실점) 이후 6년 만이다. 7이닝 이상을 던진 것도 2014년 5월 27일 신시내티전(7과 3분의 1이닝 3실점)이 가장 최근 기록이다. 올 시즌에는 7이닝만 두 차례 던졌다. 지난달 27일 피츠버그를 상대로 105개를 던져 올 시즌 최다 투구를 했던 류현진은 이날 107개의 공을 던져 올 시즌 자신의 최다 투구 기록을 다시 세웠다. 류현진은 21일 밀워키전, 27일 피츠버그전에서도 경기 초반 힘을 아낀 뒤 점차 구속을 끌어올렸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