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신임 주일 한국대사(사진)가 13일 “과거사 문제에 한일관계 전반이 휘둘리지 않도록 과거사 문제와 현안을 별개로 하겠다. 한일 간 실질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 대사는 이날 도쿄 미나토구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취임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과거사 문제는 이미 존재해 없앨 수 없지만 두 나라의 다른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갈등이 크게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일본에 확실히 전달하고, 일본에서 생각하는 여러 의견들도 한국에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9일 오후 도쿄에 도착했다. 근무한 날로 계산하면 오늘이 이틀째”라며 10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났고, 13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면담 일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자마자 이런 일정들이 마련되는 것은 (일본 정부도) 관계 개선에 크게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취임일(10일) 기준으로 3일 만에 고노 외무상을 만난 것인데, 전임자인 이수훈 전 대사가 취임(2017년 10월 31일) 후 보름 만에 만난 것보다 빨라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한 후 양국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됐다. 그간 “대책을 내놓으라”며 한국 때리기에 치중했던 일본 정부는 최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취임,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을 계기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 대사는 1992∼1995년 주일 대사관에서 1등서기관으로 근무했다. 외교부 조약국 심의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등을 거쳤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