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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대 조선시대 달항아리 떴다

Posted June. 04, 2019 07:40   

Updated June. 04, 20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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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에 주로 제작된 달항아리는 중국과 일본에선 볼 수 없는 한국 도자의 독특한 양식이다. 조선의 다른 백자와 달리 높이가 40cm 이상 될 정도로 크고, 넉넉한 느낌에 아름다운 곡선이 특징. 지금까지 지정된 국보도 3점에 이른다.

 지금까지 공개된 조선시대 달항아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확인된 달항아리가 동아옥션 경매에 나왔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6회 동아옥션 정기 경매에는 총 200여 건의 다채로운 예술품을 선보인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주목할 작품은 높이 57cm, 너비 49cm의 달항아리다. 그동안 국보로 지정된 달항아리 3점이 모두 높이가 44∼49cm라는 점에서, 동아옥션이 선보이는 달항아리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달항아리는 현존하는 작품이 20∼30점 정도에 불과해 희귀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조선시대 왕실의 관요(관청의 사기를 만드는 제조장)에서 만들어져 애초 왕실과 상류층 양반을 위한 전유물이었다.

 이번에 출품된 달항아리는 자세히 보면 표면이 마냥 매끄럽지만은 않다. 오히려 다소 투박하고 거칠기도 하다. 비밀은 ‘유약 말림현상’에 있다. 도자기는 한번 만들면 모습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마에서 갓 구워냈을 때부터 자연미를 간직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도예가 신한균 사기장은 “가마 속이 아무리 높은 온도라도 그 안에 미묘한 수분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말림이 발생한다”며 “정형화되고 딱 맞아떨어지는 것보다 정다운 미감을 주는 달항아리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도 “꾸밈없는 대로 푸르고 누르스름한 유색도 잡티가 섞인 대로 흘러내려서 좋다”며 “하늘이 내린 도공의 무심함과 손맛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이자 국학자, 언론인으로 활동한 위당 정인보(1893∼1950)의 미공개 친필 간찰 10건도 출품된다. 그중에서도 위당이 ‘봉산석실’이라는 한 명승지를 방문하고 감상을 남긴 글이 눈에 띈다. “고요함 속에 지혜가 싹트고(靜慮宜發智)/밝음을 쫓다 보면 저절로 맑아진다네(湛明本自澄).”

 근대 국학연구의 태두였던 위당은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빼어난 글 솜씨를 자랑했다. 광복 이후 5대 국경일 중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노래를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천경자 화백(1924∼2015)의 ‘기타 치는 사람’(1967년)도 출품됐다. 천 화백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문학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애욕과 환희, 고독, 두려움 등을 오롯이 담아냈다. 만해 한용운의 친필 간찰과 백범 김구가 쓴 ‘우최초자환가(雨催樵子還家·비는 나무꾼이 집에 돌아가길 재촉하네)’ 휘호와 채근담 필사 등 글씨 2점,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발급해주던 일종의 여행증명서인 ‘호조(護照)’ 등도 나왔다.

 동아옥션은 출품작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를 한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5일부터 서울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