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폴란드에는 ‘매의 눈’으로 혈투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유럽 주요 구단의 스카우트들이다.
유럽 구단들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앞둔 태극 전사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FIFA는 “미래의 스타를 찾기 위해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스카우트 155명이 폴란드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의 이브라힘 바 스카우트는 “한국 등 아시아 선수 중 유럽에서 뛸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20세 이하 월드컵은 ‘스타 등용문’으로 통한다. ‘신의 손’ 디에고 마라도나(1979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2005년·이상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레전드’ 루이스 피구(1991년) 등이 이 대회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뒤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한국 선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한 에이전트는 14일 “스카우트들이 처음에는 이강인(18·발렌시아)을 보기 위해 한국 경기를 찾았다. 하지만 한국이 우승 후보 세네갈을 8강에서 꺾은 뒤부터 K리거 등 국내파 연봉 등을 묻는 해외 스카우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격수 오세훈(20·아산), 엄원상(20·광주), 측면 수비수 최준(20·연세대) 등이 주목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신 공격수 오세훈(193cm, 85kg)은 ‘머리와 발’을 모두 잘 쓴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192cm인 아버지에게 탄탄한 체격 조건을, 핸드볼 선수 출신인 어머니에게서 운동 신경을 물려받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고 있다. 제공권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패스를 통한 연계 플레이에도 능하다. 박찬하 KBSN 해설위원은 “오세훈은 장신인데도 유연하다. 포스트플레이를 하면서도 발(패스 플레이)까지 출중하다. 다방면에 능한 공격수라는 점이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엄원상은 측면 공격수를 찾는 구단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전반전에 수비에 집중하는 한국은 후반전에 엄원상을 투입해 상대 수비를 흔들며 공격의 수위를 높이는 전술로 효과를 보고 있다. 고교 시절 엄원상은 직선적 플레이에만 능해 ‘KTX’로 불렸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돌파와 크로스 등에도 강점을 드러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엄원상은 스피드와 기술(볼 컨트롤, 드리블 등)을 모두 갖춘 측면 공격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역습을 노리는 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 측면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대학생 최준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에콰도르와의 4강전(1-0 한국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득점력까지 과시했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최준은 오른발잡이지만 왼쪽 측면과 오른쪽 측면 수비를 모두 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소속팀에서 미드필더로도 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