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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울려퍼진 “좀비! 좀비!”...3분18초 만에 끝냈다

부산에 울려퍼진 “좀비! 좀비!”...3분18초 만에 끝냈다

Posted December. 23, 2019 07:30   

Updated December. 23, 20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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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ant Volkanovski(나는 볼카노프스키를 원한다)!”

 UFC가 ‘코리안 좀비’ 정찬성(32·페더급 세계랭킹 6위)의 요청을 받아들일까.

 정찬성은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부산대회’(UFC 부산) 메인이벤트에서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 ‘살아있는 전설’ 프랭키 에드거(38·미국·4위)를 1라운드 3분 18초 만에 TKO로 누르고 코리안 파이터 사상 최초로 ‘대권’에 도전할 명분을 챙겼다.

 정찬성은 애초 브라이언 오르테가(미국·2위)와 대결할 예정이었지만 오르테가가 부상을 당하면서 상대가 에드거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훈련 중이던 정찬성은 에드거와 비슷한 유형의 레슬링 선수 출신과 테스트해 본 뒤 ‘싸울 운명’이라 생각하고 대결을 받아들였다.

 이번 경기는 5라운드까지 승부를 못 가린 채 판정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UFC에서만 17승을 거둔 백전노장 에드거가 쉼 없는 공격으로 상대의 힘을 빼는 스타일이었고, 정찬성도 이에 맞춰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정찬성은 30초 만에 오른손 어퍼컷 및 원투펀치 공격으로 에드거를 쓰러뜨리며 KO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맞선 에드거의 맷집도 대단했다. 넘어진 뒤 자신을 올라탄 정찬성으로부터 2분여 동안 공격을 받았지만 버텨낸 뒤 결국 일어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바로 정찬성에게 똑같은 공격(오른손 어퍼컷과 원투펀치)을 허용한 에드거는 심판이 정찬성을 제지할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5분×5라운드 총 25분간 예정된 경기는 3분 18초 만에 끝났다. 화끈한 승리를 거둔 정찬성은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5만 달러(약 5830만 원)를 챙겼다. 이 경기 후 밴텀급으로 체급을 낮추려던 에드거는 마지막 페더급 경기를 개인 통산 2번째 TKO패로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너무 일찍 끝나 버리는 바람에 정찬성의 별명 ‘좀비’를 외쳐볼 기회가 적었던 관중은 경기 후에도 체육관이 떠나가라 좀비를 외치며 환호했다. 정찬성은 “이전 경기(7월 헤나투 모이카누전 TKO 승리) 때 운이 좋았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번엔 결코 운이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1·호주)를 소환하며 지난해 11월 뼈아픈 KO패(야이르 로드리게스전) 이후 눌러뒀던 챔피언에 대한 욕심을 마음껏 드러냈다. 모이카누를 상대로 58초 만에 TKO 승을 거두는 등 최근 기세가 대단한 정찬성은 경기 뒤 “안와골절 수술 부작용이 있어 다시 수술해야 한다”고 밝히며 “내년 5, 6월에는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처럼 안방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코리안 파이터’들은 선전했다. 최승우(페더급), 박준용(미들급)은 UFC 데뷔 첫 승을 신고했고, UFC 데뷔 후 2번째 경기를 치른 정다운(라이트헤비급)도 경기 시작 1분 3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강경호(밴텀급) 또한 끈질긴 승부 끝에 승리를 챙겼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