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과 이달 대만 대선을 취재하기 위해 타이베이를 방문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대만 젊은이들은 자신을 “톈란두(天然獨)”라고 묘사했다. 어릴 때부터 대만이 독립된 주권을 가진 국가라고 여기며 자랐다는 뜻이다. 대학 4학년인 청(程·22)모 씨는 “그래서 우리는 중국이 제기한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통일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대만의 2030세대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고 여겼다. 이들의 표심이 반중(反中) 성향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재선의 원동력이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을 기성세대와 달라지게 한 건 대만의 민주화였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쳐 1996년 총통직선제가 도입되기 전 대만은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이 주축이 된 국민당이 장기 집권한 권위주의 사회였다. 1970년대 이전에 태어난 ‘구세대’는 중국과 통일해야 한다는 ‘톈란퉁(天然統)’ ‘당란퉁(當然統)’이 많다. 반면 어릴 때부터 민주화를 경험한 젊은이들은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자신이 중국인이냐 대만인이냐, 중국과 통일해야 하느냐 독립해야 하느냐 혼란을 겪는 40대 이상 대만인들과 다르다. 대만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은 과거엔 취업 등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자신들의 미래를 중국과 통일을 원하는 은퇴한 구세대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투표 열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대만 대선이 차이 총통의 압승으로 끝나자 대만 언론들은 “이들이 이제 톈란두에서 톈란타이(天然臺)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미 대만은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굳이 독립을 추구할 필요가 없고 현재의 대만 그 자체로 현상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대만 통일에 필요하다면 무력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지난해 홍콩 시위 현장에서도 톈란두와 거의 똑같은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의 출현을 목격했다. 홍콩중문대 학생 찬모 씨(21·여)는 기자에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0년대에 태어난 우리는 100% 홍콩에 속한 첫 세대”라고 말했다.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면서 “중국과도 다른 체제를 보장받은 자유로운 사회 홍콩에서 교육 받으며 자란 우리는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는 얘기였다.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몽(夢)에는 일국양제의 성공도 포함된다. 홍콩과 마카오의 일국양제를 발판으로 대만도 통일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대만의 톈란두와 홍콩의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음을 세계가 목격했다. 현장에서 이들이 중국인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만과 홍콩의 주축 세대가 될 것이다.
대만과 홍콩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중국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는 변화를 직시하지 못한 채 이를 중국에 대한 대항과 도전으로만 보고 강경 대응해 역효과가 났다는 것이 대만과 홍콩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정치세력이든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