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행 경고하는 ‘깜깜이’ 환자•제3국 감염... ‘심각’ 단계 높여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어제 18명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깜깜이’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16번 확진 환자인 40대 여성은 태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중국 외 국가에서 감염된 ‘제3국 감염’이 시작된 것인지, 국내서 감염된 것인지 불확실하다. 17번 확진 환자인 38세 남성은 국제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말레이시아인이 확진 판정을 받아 역시 ‘제3국 감염’으로 분류된다. 이미 중국 밖 동남아에서도 광범위하게 우한 폐렴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입국자와 확진 환자와의 접촉자 위주로 설계된 국내 방역망으로는 ‘제3국 감염’을 걸러내지 못 했다. 16·17번 환자는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상당기간 지역사회를 돌아다녔다. 16번 환자는 지난달 19일 귀국 이후 오한 발열 증상으로 16일 동안 전문병원과 대학병원 등 2곳을 6차례나 방문했다. 하지만 중국 방문경력이 없어 선별검사를 받지 못 했다. 17번 환자는 24일부터 10일 동안 병원 약국 마트 식당 등을 돌아다녔다. 역시 중국을 방문하지 않아 선별검사와 감시·격리 대상에서 제외된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국내서 첫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하고 난 뒤 정부는 한발씩 늦은 대응으로 지역사회 확산 위기를 키워왔다. 무증상 환자의 감염을 인정하지 않아 감시·격리 대상이 제한됐다. 중국 전역에서 발병한 다음인 4일에야 중국이 자체 봉쇄한 후베이(湖北)성 방문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를 시행해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확진이 늦어진 채 돌아다닌 두 환자와 그의 가족까지 감안하면 접촉자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가정하고 방역망을 넓혀야 한다.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는 등 이번만큼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심각’ 단계가 되면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된다. 학교 기업 등 공공·민간 모두 방역에 참여하는 비상대응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감염병 초기 진단 키트, 공중보건인력 등 자원을 집중해 조기 종식시켜야 우리 사회가 겪을 사회·경제적 후유증을 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