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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한진칼 의결권 직접 행사

Posted March. 07, 2020 07:55   

Updated March. 07, 20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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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를 통해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의 의결권을 운용사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행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이달 27일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진영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 주목되고 있다.

 6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제5차 회의를 통해 “위탁 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한 한진칼 등에 대한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의 한진칼에 대한 주식보유 목적이 현재 ‘경영 참여’로 공시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주주로서 의결권을 위탁 운용사에 맡기지 않고 적극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보유한 한진칼 주식 전부를 위탁 운용사에 맡겨 운용해왔고, 지난해 11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에 따라 위탁 운용사에 보유 주식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 상태였다. 국민연금은 향후 기금운용본부의 의안 분석 등 절차를 거쳐 한진칼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이라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0%) 등을 포함해 33.45%인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조 전 부사장과 토종 사모펀드인 KCGI, 반도건설 등이 뭉친 ‘3자 연합’은 31.98%의 지분을 확보했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1.47%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국민연금이 행사하게 될 의결권(2.9%) 방향에 따라 승패가 뒤집힐 수도 있다.

 다만 현재로선 국민연금의 개입이 조 회장이나 3자 연합 중 어느 쪽에 유리할 것이라고 쉽게 판단하기는 이르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을 만큼 민감한 사안인 데다 분쟁 당사자 간 대립이 첨예한 만큼 국민연금이 손쉽게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 측이 저조한 경영성과 등을 지적받지만, 3자 연합 측인 조 전 부사장도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또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 지분이 20%를 넘는 데다 이번 주총부터 전자투표제가 도입돼 소액주주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표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기권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국민연금기금의 이익과 주주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고, 양측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다툼이 이번 주총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올해 들어서도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조 회장 측은 37.42%까지 우호 지분을 늘렸고, 3자 연합의 지분도 37.48%까지 올라온 상태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 김도형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