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한 달간 유럽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간) 코로나19에 대해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유럽 간 인적 교류까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모든 여행을 향후 30일간 금지한다”며 “이 규정은 금요일(13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선제적인 중국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한 결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미국 내 새로운 감염이 많이 발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U 회원국 간 국경 이동을 자유롭게 한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유럽 26개국에서 최근 14일간 머문 외국인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 다만 화물과 교역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코로나19 검사를 거친 미국인들도 예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건강을 위해 강하지만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제한 조치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및 중국과 관련해서는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제한 조치와 경고를 가능한 한 조기에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검사와 대응으로 한국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흐름을 평가하면서 향후 조치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현재 국내 지역 가운데 대구에 대해서만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 나머지 지역은 3단계(여행 재고)를 발령한 상태다. 또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뒤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여행 경보를 3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모든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특징 지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이후 11년 만이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팬데믹 선언으로 대응태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국의 노력으로 집단·지역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