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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긍정의 호르몬 세로토닌

Posted March. 16, 2020 07:56   

Updated March. 16, 20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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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우가 영어 과외선생이 돼 다혜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무뚝뚝한 다혜에게 계획을 품고 접근한 기우가 손을 갑자기 잡는 장면에서 다혜는 얼굴을 화끈거리며 떨려 한다. 그 순간을 변곡점으로 기우를 대하는 다혜의 태도가 변한다. 기우를 실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손을 한번 잡았다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영화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 또 현실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손을 잡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가능한 현상이다. 사람의 심리는 신체 상태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하버드대 교수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이런 현상을 “우리는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프고,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쁜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특히 긍정적 감정 형성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의 분비 원리를 활용하면 더 쉽게 상대방의 호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옥시토신은 뇌 안에서 신경조절물질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정서적 유대 및 신뢰감 형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접촉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라면 손을 잡아주거나 긴 포옹을 하면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된다.

 손이나 포옹과 같은 접촉이 힘든 사이라면 정서적 응원이 되는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방법이다. 칭찬도 좋지만, 감사까지 덧붙이면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서 팀장이 팀원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멋지게 잘 마무리했어!”라고 칭찬만 하는 것보다는 “이번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줘서 고마워”라고 감사함까지 표시하면 상대방은 더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칭찬만 하면 상대방 입장에서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감사에는 그런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세로토닌은 차분함과 편안함을 촉진하고 우울증과 짜증을 완화하는 호르몬이다. 항우울증 치료제 중에는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시냅스상에서 세로토닌의 활동을 연장하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많을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상대의 말에 공감할 확률이 높아진다.

 타인과 소통할 때 세로토닌 분비 원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상대방과 함께 햇볕을 쬐는 것이다. 맑고 화창한 날 햇빛을 맞으며 우울한 기분이 든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밝은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대화하고 싶은 상대가 직장 동료라면 사무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햇볕 좋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말에 공감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상대방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몸을 움직이면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뉴런의 발화 빈도가 높아지고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한다. 함께 몸을 움직이는 활동, 예컨대 걸으면서 대화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상대방에게 행복한 기억을 회상시키는 것이다. 날이 흐리고, 함께 몸을 움직일 상황이 아니라면, 대화에 앞서 상대가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자. 자신에게 긍정적인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세로토닌 생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동료에게 “회사 채용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라고 묻거나, 여행을 다녀온 동료에게는 “이번에 여행 가서 특히 좋았거나 신났던 순간은 언제였어?”라고 묻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동료에게는 “아기가 언제 제일 귀여워?”라고 말을 건네 보자.

 누군가와 대화하기가 힘들어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상대가 나 자신의 말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환경부터 바꿔 보길 추천한다.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다. 따뜻한 감사의 말을 건네면서 말이다. 물론 대화의 도입부에는 그 사람이 말하면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