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주가의 온라인 콘서트를 소개하는 ‘거실에서 콘서트’ 코너를 매주 한 번씩 싣습니다. ‘거실에서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잦아들 때까지 계속됩니다. 어려움 속에서 예술혼을 펼치는 아티스트들에게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전 세계 콘서트홀뿐 아니라 음원서비스와 유튜브에서도 베토벤과 대등하거나 그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이상(理想)의 세계를 그려낸다면, 말러의 교향곡은 이상(異常)한 세계를 그릴 때가 많다. 표현주의 문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의식 저편의 어두운 세계를 탐구하던 19세기의 세기말적 분위기에 걸맞다.
그의 아홉 교향곡 중에서 2번과 3번은 대규모 합창단과 솔로 성악가들이 나오는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4번은 마지막 악장에 소프라노 솔로만 나오고 관현악 크기도 대폭 줄었다. 5번에서 7번까지는 성악 없이 오케스트라만 연주한다.
인기 높은 5번은 4악장에 그의 신부 알마에게 주는 연애편지 격인 ‘아다지에토’가 들어 있다. 이어지는 5악장은 자연에 대한 찬가로 화창하게 곡을 마친다. 하지만 이 곡의 앞부분은 어둡고 비극적이다. 말러가 수술을 받다가 과다 출혈로 죽음 너머를 내다보았던 경험이 들어 있다. 6번은 제목이 ‘비극적’이다. 영웅이 투쟁을 거쳐 파멸에 이르는 모습이 묘사된다.
5, 6번에 비해 4번은 모차르트적인 화창한 느낌이 짙다. 독일 민요집에서 가사를 가져온 마지막 악장은 소프라노가 천국의 모습을 노래한다. 고기가 필요하면 양이 제 발로 걸어와 머리를 내놓는다. 인간에게는 천국이지만 다른 피조물에게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비롯한 여러 음악가들은 말러의 음악에 ‘오만해지는 인류에 대한 경고’가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비롯한 문명의 병폐를 미리 내다보고 음악에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큰 위험에 처한 오늘날, 말러가 그려낸 이상(異常) 세계 속에 문제를 풀어갈 단서가 있지는 않을까.
KBS교향악단이 새로 선보인 ‘디지털 K-hall’은 전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가 재직 시절 지휘한 말러 중기 교향곡들의 공연 영상을 공개한다. 다음 달 1일 4번, 3일 5번, 6일 6번 ‘비극적’으로 이어진다. 공개 시간 오후 8시. 유튜브 검색어 ‘KBS교향악단’. www.youtube.com/channel/UCUqNn2bpiOC6JPhMcf6wRYw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