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낭만주의 문호, E T A 호프만(1776∼1822)은 여러 후배 예술가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모래요정’의 일부는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가 됐다.
그의 소설은 동시대 다른 문인들처럼 요정, 악마, 사람 같은 동물들이 나오는, 동화적인 것이 많다. 그래도 그 시대 문학에 독일인들은 자부심을 가졌다. 반 세대쯤 뒤의 시인 하이네가 “독일은 꿈의 세계에서 세상을 지배한다”고 말한 것은 독일의 분열과 낭만주의 문학가들의 인기를 한데 묶어 한 얘기였다.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1881년)는 호프만의 단편소설에서 추린 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남자 주인공은 호프만 혼자이지만 세 막에 각각 다른 여주인공이 나온다. 1막에서 남주인공은 ‘인형’ 올랭피아를 진짜 여성으로 여기고 사랑에 빠진다. 2막에서는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안토니아를 사랑한다. 3막에서는 남자들의 그림자(영혼)를 빼앗는 ‘나쁜 여자’ 줄리에타가 사랑의 대상이다.
이 세 이야기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 사랑의 위험과도 통할지 모른다. 직접 접촉을 꺼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상화된’ 이성만 접하면 올랭피아 같은 가공의 존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2013년 영화 ‘그녀(Her)’가 그런 사랑을 그린 바 있다. 호흡기 질환에 걸린 2막의 여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다. 3막에 나오는, 이익을 위한 기만적 사랑은 ‘관계, 여성’이 피상화되는 시대에 더욱 위험하다.
종종 ‘호프만의 이야기에 호프집은 언제 나오지?’라는 농담을 듣는다. 나온다. 이 오페라의 서막(프롤로그)과 에필로그는 배경이 ‘뉘른베르크의 선술집’이다.
국립오페라단이 6일부터 제공하고 있는 ‘집콕! 오페라 챌린지’는 이 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전막 영상을 한 주에 한 편씩 보여준다. 이번 주(19일까지)에는 지난해 공연한 ‘호프만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남주인공 호프만에 테너 장프랑수아 보라스, 세 여주인공으로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출연했다. 유튜브 검색어 ‘국립오페라단’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