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2월 마지막 주 시작된 혼다클래식을 앞두고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바로 골프화를 교체한 것. 하루 반나절 골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골퍼들에게 최적화된 골프화를 찾는 건 클럽 선택만큼 민감한 과제다. 그래서 프로골퍼들은 시즌 도중에는 좀처럼 골프화를 바꾸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변화는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임성재는 이 대회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면서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첫 우승을 맛봤다. 이어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3위를 하면서 23일 현재 페덱스컵 랭킹 선두(1458점)를 달리고 있다.
임성재가 혼다클래식을 맞아 선택한 골프화는 풋조이(FJ)의 신제품 ‘PRO/SL 카본 에디션’이다. FJ의 주력 모델인 ‘PRO/SL’의 미드솔(중창) 부분에 탄소섬유를 적용한 제품이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10배 높은 탄소섬유는 흔히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27년 124억9000만 달러(약 15조3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분야는 항공우주 산업이지만 스포츠 장비 시장에도 많이 접목되고 있다. 스노보드, 스키, 낚싯대, 각종 라켓 등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골프에서는 클럽에 주로 사용돼 왔다.
임성재가 이 골프화의 탄생을 반긴 건 PGA 웹닷컴 투어(2부 투어·현 콘 페리투어)를 경험하며 느꼈던 고민 때문이다. 임성재는 “2부 투어 대회 코스는 대부분 페어웨이가 상당히 구겨져 있고 산악 코스가 많아서 조금 더 편한 골프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PRO/SL 카본 에디션은 구김이 많은 지형에서도 모양을 잘 잡아 주고 복원도 빨라서 애용하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접지력이 뛰어난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임성재 외에도 PGA 투어 통산 4승을 기록한 찰리 호프먼(44·미국), 세계랭킹 19위 루이 우스트히즌(38·남아공), 58위 이언 폴터(44·영국) 등이 이 골프화를 신고 있다. FJ 관계자는 “탄소섬유 소재 특성상 반발탄성이 뛰어나 스윙 시 지면 반발력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움직일 때 뒤틀림이 적어 공이 어떤 지점에 놓이더라도 견고하고 자신 있는 스윙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FJ는 카본 에디션 출시에 맞춰 탄소섬유를 적용한 의류 ‘카본 어패럴 컬렉션’도 선보였다. 탄소섬유를 적용해 스윙 시 정전기를 방지하고, 안티박테리아 기능도 있다는 설명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