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그룹 리더의 악수, 한국 경제 미래 이끌 협력모델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어제 만나 전기차 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1,2위 그룹을 이끄는 두 사람이 공개된 자리에서 사업 목적으로 처음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안팎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미래차의 중장기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주행거리를 기존 제품보다 20%이상 높인 SDI의 신형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의견을 공유했다. 주행거리와 안전성이 파격적으로 향상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상황도 점검했다.

　50년 이상 경쟁해온 두 그룹의 협력 사례는 거의 없다. 현대가 반도체에 진출했던 것,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발을 들였던 일로 신경전을 벌이는 등 껄끄러웠던 기간이 훨씬 길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차를 공통분모로 두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함께 한 건 우리 경제의 미래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다.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정보기술(IT)업체와 세계적 자동차기업, 첨단 배터리 생산업체를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현대차와 손잡는 배터리 기업은 세계시장 규모가 2025년 1600억 달러(약 196조원)로 커질 2차 전지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현대차도 고성능 배터리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 2030년 세계에서 팔리는 차의 30%가 넘어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져 양 측 모두에 윈-윈이 된다. 10년 이상 세계적 자동차 업체와 IT업체들이 전기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합종연횡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 간에는 눈에 띌만한 협력관계를 맺는 일이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은 이달 6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라며 ‘뉴 삼성’의 방향성을 제시한 뒤 첫 공개 행보다. 정 부회장 역시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후 첫 번째 공식 대외행사였다. 이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차 등 신성장 산업을 키워 한국을 선도형 경제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두 그룹 리더의 만남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래차는 배터리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통신 등 첨단기술의 집약체여서 두 그룹간 협력범위는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리쇼어링이 본격화되면 국내기업 사이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두 그룹 리더의 만남이 일회성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힐 지속적 협력모델로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