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콘서트와 행사 취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중음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음악가와 소속사는 물론이고 공연 기획사, 관련 장비 업체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팽배하다.
실제로 14일 음악계에 따르면 20년 경력의 중견 음향업체 A사가 최근 폐업 신고를 냈다. 다른 음향, 조명 장비업체들도 60% 이상이 사실상 폐업 대기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기초예술, 순수예술에 집중된 현행 지원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폐업 도미노…“콘서트만 풍악 취급” 볼멘소리도
공연 음향 장비 렌털 업체인 B사 사원 김현명(가명·35) 씨는 석 달째 휴업 중이다. 업체는 코로나19로 2월 중순 이후 전국의 공연이 ‘올 스톱’되면서 급여 지급을 멈췄다. 막내 직원부터 연차별 역순으로 월급을 주다가 끝내 거의 모든 직원을 휴업시켰다. 김 씨는 그간 모아둔 돈을 소진하고 가족을 위해 택배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음향업체 P사운드 관계자는 “폐업 신고만 안 했지 대표 한 명만 남아 사업자만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폐업 상태인 회사가 대다수다. 공연 장비 대여 및 설치 업체들은 여타 콘서트 기획사나 가수 소속사와 달리 공연예술 지원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더욱 어렵다. 공연예술 기업에 준하는 지원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1000석짜리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은 일부 진행되고 있는데도 가수들의 콘서트는 ‘이 시국에 풍악이냐’는 손가락질을 받아 취소되는 일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산하 문화 기관 및 각종 문화재단에서 긴급지원금과 지원사업 공모가 이어졌지만 대중음악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출근하면 각종 문화재단과 음악창작지원센터의 공지사항란을 확인하고 지원서를 쓰는 게 일”이라면서 “연고도 없는 지역 문화재단까지 두드리는데도 공모 결과를 보면 클래식에 지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허탈하다”고 했다. 인디 음악가들은 공연이 계속 취소돼 예술 활동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생활안정자금 등을 지원받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랜선 콘서트 효과, 방역과 진행 형평성도 ‘갸우뚱’
정부나 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랜선 콘서트’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기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부랴부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홍보 효과가 사실상 전무한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반사의 관계자는 “50만∼100만 원, 또는 심지어 ‘노 개런티’로 랜선 콘서트에 출연하고 나면 해당 기관의 코로나 지원사업 홍보에 동원됐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홍익대 인근 소규모 클럽의 등록형태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유흥클럽’으로 등록된 곳은 이태원 확산 사태 이후 휴업 중이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는 곳은 매주 공연을 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방역 물품은 ‘공연장’으로 등록된 곳에만 지원된다. 따라서 서로 비슷한 규모의 클럽임에도 ‘공연장’에 할당된 소독약품 중 남는 분량을 인근 ‘일반음식점’형 클럽에서 사정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실질적 운영 형태를 고려한 새로운 공연장인증제를 재고하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 혼재하는 지원 신청의 기준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