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대유행 양상을 보이며 무섭게 번지고 있다. 주말을 포함해 16일 0시까지 사흘간 548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확진자 폭증 속도를 역학조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재유행의 초기단계’라고 규정했다. 16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작된 가운데 상황이 악화되면 3단계 전환도 예상된다. 단계별 거리 두기 중 3단계는 아직 시행된 바가 없다.
13일(0시 기준) 하루 56명이던 신규 확진자는 14일 103명, 15일 166명, 16일 279명으로 늘었다. 3월 8일(367명) 이후 161일 만에 가장 많다. 하루 발생이 가장 많았던 때는 2월 29일 909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사흘간 확진자 548명 중 84.3%(462명)가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좀처럼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교회발 집단 감염이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만 16일 낮까지 24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단 감염 사례 중 대구 신천지예수교(신천지·5214명), 서울 용산구 이태원클럽(27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의 양성률은 25% 안팎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교인들이 지방에도 많이 있고, 제출한 명단도 부정확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도권 집단 감염 관련 확진자가 영호남과 충청 등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방해하는 일체의 위법 행동에 대해서는 국민 안전 보호와 법치 확립 차원에서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대단히 비상식적 행태”라며 “국가 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적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15일 열린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석한 전 목사를 16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아직 가을이 오기 전에 확진자가 폭증하자 그대로 2차 대유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갑 한림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월 말∼8월 초 휴가철에 장마가 겹치면서 국민들의 이동량과 실내 접촉이 늘었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국민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초중학교 개학이 시작되는 이번 주가 큰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