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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통치’ 김여정 공식석상서 안나타나... “배후서 총괄 가능성”

‘위임통치’ 김여정 공식석상서 안나타나... “배후서 총괄 가능성”

Posted August. 22, 2020 07:45   

Updated August. 22, 20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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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국정 전반의 권한을 이양받아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달 들어 북한 매체의 공개 보도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이 당의 주요 회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배후에서 김 위원장을 도와 회의 진행을 총괄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 8월 주요 회의에 드러나지 않은 김여정

 북한 매체들은 이달 13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와 19일 당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 김여정이 참석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당내 명목상 지위가 정치국 후보위원인 만큼 두 주요 회의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더욱이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군 주요 간부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준 자리를 마지막으로 북한 보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여정은 이전에도 각종 행사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반드시 회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행사를 주관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총괄하고 있다고 밝힌 대남·대미 업무에서 다음 메시지를 내놓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CNN방송은 “북한 매체가 김여정이 (중요한) 뭔가에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김여정은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강경한 담화를 발표하며 전면에 나섰다. 북한이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3일 전 담화를 통해 도발을 예고했고 지난달 10일 북-미 비핵화 협상을 당분간 진행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

 일부 해외 언론은 김여정이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지위가 강등됐기 때문 아니냐고 주장했다. 미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이날 “이달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권한 확대 소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여정이 대남·대미 전략을 총괄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올해 32세인 김여정이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처럼 거칠고 충동적인 대남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 교착과 남북관계 경색 과정에서 김여정이 대남·대미 업무를 장악하면서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와 대미 외교 실무를 해온 외무성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간부들은 “우리가 잘못해 원수님 진창길 걷게 해”

 노동당 주요 간부들은 김 위원장이 6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지 하루 만에 실패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아비판에 나섰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김여정과 군부, 경제 분야 핵심 간부들에게 위임 통치를 하고 있는 배경으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의 분석이 맞는다면 당 간부들이 앞다퉈 책임을 인정하며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은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김 위원장에게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한 선전전인 셈이다.

 21일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이 대거 게재됐다.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의 박창호 도당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연설을 듣고) 마음속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며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군(간부)으로서 일을 쓰게(제대로) 하지 못해 우리 원수님께서 큰물(홍수)로 고생하는 인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그처럼 험한 진창길을 걸으시게 했다”고 반성했다. 장관급인 장길룡 내각 화학공업상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에서 경제 발전의 쌍기둥을 이루는 화학공업 부문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한 원인은 우리 (화학공업)성 일군들이 전략적 안목과 계획성이 없이 사업한 데 있다”고 했다.


권오혁 hyuk@donga.com